박경용 목사님이 사임하게 된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나로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목사님이 펴낸 회고록을 보며 짐작만 할 뿐이다.
나는 이 미아동감리교회를 개척하면서 목회를 하던 중 사도 바울과 같이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왔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미아동감리교회에서 10여년 간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와 모든 성도들이 봉사와 충성을 하므로 큰 교회로 부흥시킬 수 있었다. 교회당도 자연석으로 잘 지어 하나님께 봉헌하면서 영광 돌렸던 것이다.
성도들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늘 감사하다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또 담임목사인 나에게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박 목사님은 하나님의 사자인 동시에 부모님과 같이 여기고 평생을 모신다하였다. 이렇게 말하던 사람들이 내가 미아동감리교회에서 목회생활 12년 되던 해에 시험에 들기 시작했다.
내가 기르고 가르치고 키워놓은 속장, 권사, 장로들이 시험에 들어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이 교회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온 성도들이 알게 되자 평온했던 교회가 평지풍파가 일어났으며 일대 혼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나는 이때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사람의 마음을 아신 주님께서 주님 자신도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조석변이라는 말과 같이 믿지 못할 사람을 믿었다가 결국 배신을 당하고 낙심과 실망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교회를 떠나지 않을 수도 있고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나 복잡하고 혼란한 교회를 일단 수습하고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는 나 하나 이 교회를 떠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눈물과 피와 땀과 재산까지 다 쏟아놓은 정들었던 미아동감리교회를 사임하였던 것이다.(주님따라 금강산) 246-247
박경용 목사님은 그후 전국순회부흥사로 파송 받아 전국각지를 돌아다녔다. 약 2년간 전국을 돌던 목사님은 1965년 4월, 길음3동에 길음교회를 개척하였다. 길음교회가 점점 부흥하면서 교회 규모가 커지자 목사님은 후에 이 교회를 미아중양교회로 개명하였다. 그리고 1981년 3월 70세의 나이로 정년은퇴를 하였다.
내가 청년일 때 박경용 목사님을 위해 미아동감리교회에서 박경용 목사님께 은혜를 입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모았다. 그 모임의 이름이 <밑돌회>였다. 밑돌회 회원인 우리는 목사님의 생신 때마다 다 같이 모여 축하해드리는 등 자주 연락하며 모임을 가졌다. 목사님은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셨고, 우리와 만나는 일을 즐거워하셨다.
목사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은 끝이 없었다. 목사님은 어린아이들을 참 좋아해서 당신이 5월 5일 돌아가시기를 원하셨다. 목사님은 자신의 명이 다하신 것을 느끼셨는지 어느 날부터 곡기를 끊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목사님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환갑 때 받은 부조금과 재산을 처분한 돈 3억을 나에게 건네셨다.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이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이것을 가지고 잘 활용해 보게.”
그때 나의 직장은 성남교회였다. 성남교회에서 나는 사회사업가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 됩니다. 목사님, 이 돈은 장학금으로 하십시오.” 하고 끝내 목사님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목사님이 주신돈은 미아중앙교회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다.
|
|
| ▲ 가나안종군학교 김용기 장로, 미아감리교회 박경용 목사와 교회 청년들 |
|
목사님은 정확히 5월 5일 어린이날에 돌아가셨다. 목사님에게는 슬하에 자식이 없었으므로 우리 밑돌회에서 대신해서 추도회를 해드렸다.
박경용 목사님은 생전에 교회개척에 힘을 많이 쑫으셨다. 원로목사로 있을 때는 제주도 조천면과 수원지방, 그리고 김포지방에도 개척교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젊은 시절 개척한 철원군 갈말읍에 있는 대한수도원을 손꼽을 수 있다. 대한수도원을 1938년 10월에 개척한 한국 최초의 감리회 계통의 수도원이다.
대학 진학
대학을 들어가기 전 나는 전공할 학과로 국문과를 생각했다. 책 읽은 것을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니, 국문과에 들어가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교회를 다니면서 박경용 목사님의 모습을 보니,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박경용 목사님의 모습이 나에겐 훌륭한 신앙인의 원형 같았다.
그 분은 가난한 사람을 불러다가 식사를 대접하는 일에 성심을 보였다. 또 형편이 어려워 찾아온 지방 친척들을 한 번도 내치지 않고 자택에서 모두 데리고 살았다. 게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공부시키고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등 목사님의 헌신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목회자가 되겠다는 내 꿈도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집이 예수를 믿는 집이 아니니, 어렵겠다 싶었다.
우선은 일반대 국문과를 지망해 시험을 쳤는데, 그만 떨어졌다. 일년을 재수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박경용 목사님이 중앙신학교를 권했다. 중앙신학교는 감리교 목사인 이호빈 목사가 학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중앙신학교(현 강남대학교)는 지금은 종합대학으,로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신학과와 사회사업과, 종교음악과, 기독교문학과가 전부였다. 그 중에 나는 사회사업을 전공했는데, 야간에는 틈틈이 신학과목을 청강했다.
그때는 신학교 교수가 부족할 때라 교수들이 신학대학을 돌면서 강의를 했다. 중앙신학교는 야간에 신학과가 있어 다른 대학의 교수들이 강의를 하러 많이 왔다. 강원용, 조향록, 김정준, 갬재준, 홍헌설 등과 같은 좋은 교수들의 강의가 있을 때면 나는 거의 빠지지 않고 도강했다. 그때 들은 강의로 인해 나는 신앙의 학문적 토대를 세울 수 있었다.
당시 5대 신학교라고 하면 감리교 신학교, 장로교신학교, 한국신학교, 서울신학교, 중앙신학교 정도가 꼽혔다. 이 다섯 신학교는 여러 가지로 긴밀히 협조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재학생 위주로 진행된 연합 문학의 밤과 체육대회였다. 나는 선배에게 이끌려 학교 대표로 문학의 밤에 참가해 시 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사회복지학의 교수들도 대학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했기 때문에 나는 서울대와 이화여대에서 강의하던 사회복지학계의 기라성 같은 교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