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아버지 박경용 목사 (15회)

미아동 감리교회는 박경용 목사님의인도로 교회가 부흥하기 시작했다. 주일학교에만 사오십 명의 아이들이 출석할 정도였고, 어른 성도들도 날로 늘어갔다.

박경용 목사님의 품성과 인격에 반해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고, 또 목사님이 부흥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도의 능력에 힘입어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박 목사님의 전도스타일은 강요보다 끈기였다.

우리집에도 전도를 하러 자주 오셨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박 목사님은 아버지를 만나 전도를 했지만 아버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래도 자주 목사님이 찾아오시자 “우리 아들이 교히 열심히 믿지 않습니까? 우리 아들이 효자인데 설마 나를 지옥에 보내겠습니까? 나는 우리 아들 백으로 천당 가렵니다.”하고는 끝내 교회에 나가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토록 반대하는 교회에 아들이 나가는 것을 인정해주는 말씀이기도 했다. 그것은 박경용 목사님의 인품을 알아본 아버지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박경용 목사님은 이제껏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목사 중에 최고의 인격자라고 생각한다. 그 분은 늘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대했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걱정하고 격려했다. 만약 목회자의 최후 사명이 ‘인간을 사랑하라.’는 것이라면, 박경용 목사님은 그에 걸 맞는 분이셨다.

그 분은 한 사람, 한사람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주셨다. 그래서인지 목사님 주변에는 늘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한평생 믿음을 갖지 못한 어르신들도 그 분을 만나 신앙의 새 삶을 연분도 많았다.

미아동 감리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갔다. 미아동 감리교회의 교단은 감리회였지만 다른 교과의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해 미아동 감리교회는 마치 조합교회(組合敎會)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교인들이 늘어나자 그동안 개인주택을 수리해 쓰던 교회 공간만으로는 부족했다. 박 목사님과 장로님들은 교회 부지를 매입해 교회를 짓기로 결의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의 응답인지 곧 한 집안의 문중 묘지터인 동산을 구입할 수 있었다. 교회에서는 묘들을 다 이장하고 그 위에 교회를 건축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짓는 데는 교인들이 총동원되었다. 중고등부에 있던 학생들도 교회 건축에 힘을 모았다.

미아동 감리교회와 가까운 우이동과 삼각산 계곡에는 돌이 많았다.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과 그 계곡에 있는 돌들을 날라 교회 건축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계곡의 돌을 나르기 위해서는 트럭이 필요했다. 교회에는 당연히 트럭이 없으니, 계곡의 많은 돌들을 옮길 방법이 묘연했다.

이때 유재건 선배가 앞장을 섰다. 그는 숭인초등학교 옆에 있는 미군부대에 가서 트럭을 빌릴 생각을 했다. 경기고를 다니고 있었던 유재건 선배는 미군부대로 가, 트럭을 몇 대 빌려왔다. 어떻게 미군을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크리스찬이며, 교회 건축에 필요한 돌들을 운반할 트럭을 빌려달라는 협조를 한 것으로 안다.

유재건 선배의 기지로 주일학교의 큰 아이들과 교회 청년부 사람들은 빌려온 미군 트럭을 이용해 계곡의 돌들을 무사히 옮겨올 수 있었다.

▲ 꽃이 핀 미아동감리교회의 모습이다. 지금 교회의 모습은 1954년 교인들이 우이동에서 돌을 날라 지은 것으로, 지었을 당시 모습 그대로이다.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교회를 짓는데 미아동 감리교회 교인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었다. 교인들이 우이동 계곡에 큰 돌들을 모아 놓으면 미8군 수송부대가 와서 운반해주었다. 미아동 감리교회를 짓는 데는 미군들도 한몫을 한 것이다.

교인들 못지 않게 박경용 목사님은 앞장을 서서 땀을 쏟았다. 웃통을 벗고 삽질하는 목사님을 나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유도로 단련된 30대의 목사님은 누구보다 교회 건축일에 적극 참여했다. 박경용 목사님을 비롯해 전 교인이 힘을 합쳐 지은 교회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봉헌예배를 드릴 때 목사님의 목소리에는 감격스러움이 묻어났다.

교회 본당 옆에는 에덴유치원도 설립했다. 유치원 건물은 철원 장흥리에 있는 박 목사님 소유의 논 3000평을 매각한 돈으로 지었다. 유치원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땅을 파니, 해골이 한 가마니나 나왔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에덴유치원건물은 낮에는 유치원으로 사용하고, 밤에는 가난한 형편의 청소년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는 야학으로 사용했다.

내가 처음으로 시작했던 웨슬리 구락부에서의 야학은 이 건물에 힘입은바가 크다.

박경용 목사님은 나를 젊은 디모데라 불렀다. 목사님은 나를 믿고 대학 1학년 때부터 속회를 맡기셨다. 내가 속회 예배를 인도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디모데는 ‘하나님을 공경하는 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자’라는 뜻이다. 디모데는 바울의 선교여행에 함께 한 동역자로 바울의 신임을 받은 신실하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나를 이런 디모데에 비유해 불렀으니, 나로서는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1962년 청년회장이 되면서 나는 웨슬리구락부를 만들었다. 교회 청년부에서 주관하여 교회에서 본격적으로 야학을 시작했던 것이다. 웨슬리 구락부에서는 중학교 과정을 가르쳤는데, 1학년이 40여명, 2학년이 20명 정도 되었다. 남녀의 비율은 반반 정도였다.

물론 웨슬리 구락부를 만들려고 할 때 쉽지만은 않았다. 이 일은 교회 청년부 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안혁수 전도사가 그 일에 앞장섰다. 그런데 교회 장로들이 이 일을 반대했다. 야학 대상이 청년뿐만 아니라 미아리 전역에 사는 아이들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동네였기에 배울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알음알음으로 교회 구락부를 찾아왔는데, 교회에서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장로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은 늘 나를 믿고 지원해주었다. 장로들이, 반대로 의기소침해질 때도 목사님은 나를 따로 불러 “좋은 일 하는 거야. 잘해.” 하면서 격려해주었다.

나는 웨슬리구락부의 담임을 맡으면서 동시에 국어를 담당했다. 공부를 하겠다면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야학을 찾아온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성경구락부시절 내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잊을 수가 없던 나는 웨슬리 중등학교라는 이름의 검정고시 야학을 찾아온 제자들에게도 그 사랑을 점하고 싶었다.

나는 국어를 맡았지만 내 수업시간은 여러 가지로 다양했다. 국어 교과뿐만 아니라 성경 말씀을 알려주기도 하고, 사회생활과 도덕적인 생활방식도 함께 전했다. 음악을 좋아했기에 수업시간에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다. 다행이 아이들은 나의 수업방식을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