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스승의 날에 스승님은 제자인 나에 대한 내용을 신문사에 기고하였으나 등재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승의 날에 제자에 대9한 내용이기 때문에 신문사 측에서 등재하지 않은 모양이다.
경주 사모님은 차멀미를 몹시 심하게 하셔서 함께 여행할 수가 없어서 아쉽다. 그러데 나의 정년퇴임에 두 분이 부산에 오셨다.
나는 퇴임사에서 내가 교수로 퇴임할 수 있음은 스승님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스승님 내외분을 잠깐 일어서시게 하여 내빈들에게 소개하였다. 하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셨다. 나는 또 목이 메어 잠시 퇴임사를 중단하였다가 계속하였다. 차멀미를 참으시며 오신 사모님에게 고맙고 죄스러웠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스승님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재환이 결혼의 주례사
“제가 이 자리에서 혼례를 집전할 수 있는 것은 신랑의 아버님이 저를 공부시켜주셨기 때문입니다.”
주례사의 3분의 1은 스승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한 고마움의 말이었다.
“저도 스승님이 베푼 은혜를 제자들에게 베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주례사를 마치고 신랑신부가 양가와 내빈에게 인사를 할 차례이다. 나는 윗주머니에 꽂은 꽃을 단상에 내려놓고 신랑 신부가 인사를 드릴 때에
“저도 스승님을 잘 모시겠다는 뜻으로 신랑 신부와 함께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 ”
단상에서 내려와 신부 쪽, 신랑 쪽 내빈에게 신랑신부와 함께 큰 절을 올렸다. 내빈들의 박수가 그치지 않았다.
사모님께서는 “나는 선생님이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오늘 보니 존경스러워요. 제자는 하나이지만 확실히 잘 길러 놓으셨어요.” 하신다.
나의 주례사와 내빈에 대한 큰 절은 경주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스승님 내외분은 혼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에서까지 나의 소문을 듣고 많은 찬사를 들으셨다고 하신다. 하객들은 대머리에 머리가 허연 주례사의 큰 절을 받을 때 몸둘 바를 몰랐다고 사모님에게 말하더라고 사모님은 자랑스럽게 말씀 하신다.
스승님의 둘째 아들은 교육공무원으로 초등학교 서무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제 스승님 부부에게는 걱정거리가 없다. 건강하시기만 하면 된다. 사모님께서는 “둘째 놈 주례도 교수님이 서주세요.”
“아니요, 차비도 안 주는 주례는 안 설래요.” 나는 농담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재완이 결혼 때 선생님이 양복 한 벌을 해주자고 했어요. 그런데 절대 받지 않을 분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스승님은 빙그레 웃고만 계셨다.
서울 상경
나는 학비가 없어서 고등학교에 갈수가 없었다. 무작정 상경할 때 육촌동생 응민이에게 “내가 금의환향 못하면 죽은 줄 알아라.”비장한 각오를 하고 고향을 떠났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자고 이튿날 옥천남교회(옥천교회) 박 집사가 운영한다는 출판사를 찾았다.
출판사라야 사직동 가정집 2층, 직원이라야 기술자 단 한명 뿐이었다. 철판에 원지(기름종이)를 대고 철필(鐵筆)로 지도(백지도)를 그려 등사기로 밀어 인쇄하여 학습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그 지도에 지리학습의 내용을 표시하게 한 것이다. 나는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하며 출판의 일을 도왔다.
서울에 온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진학은 못하였다.
“...... 제기랄, 내가 식모살이 하려고 서울에 왔나.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더러운 세상이다.........‘’
나는 더 살 이유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쓰고, 칼을 품고 인왕산에 올랐다. 성경과 찬송가도 가지고 갔다. 콧물 반 눈물 반 실컷 울부짖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 건너편 강 언덕에 아름다운 낙원 있네.
믿는이만 그곳으로 가겠네. 저 황금문을 들어가서
주님함께 살리로다. 너와 나 위해 황금종 울린다.
저 울리는 종소리와 천사들의 노래소리 영광일세.
할렐루야 기쁘다. 빛나는 저 강 건너편
아름답고 영원한 곳. 너와 날 위해 황금종 울린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 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나는 문득 깨우침을 받았다. 나에게 주는 이 시련은 나를 더 강인하게 하려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달게 받아야 한다. 이 고생을 하나님께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하늘이 지게꾼 나무장수에게 맡겨준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나는 칼을 멀리 버리고 기뻐서 콧노래로 찬송가를 부르며 인왕산을 내려왔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워
나 처음 믿으신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
할렐루야! 환호를 부르짖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인왕산을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