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의 동네북
나는 먼 길을 돌아 창고학교에 등하교를 하였다. 옥천중학생을 만나면 나는 ‘동네북’이었다. 공연히 트집을 잡아 마구 때린다.
“야 임마. 선배에게 왜 경례 안 해.”
이것이 트집의 시작이다. 남의 학교 선배에게 경레를 할 이유가 없었다.
“어쭈, 요것 봐라. 감히 반말이야.”
이놈 저놈의 동네북이다. 나는 옥천중학생이 두려워 큰 길로 가지 못하고 먼 길로 우회하여 등하교를 했다. “....... 일 대 일로 붙으면 반 죽여 놓을 텐데. 한 주먹감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어........”
그러나 중과부족이다. 한번은 옥천시내에서부터 나분티고개까지 3km를 중3학생에게 얻어 맞았다. 이웃마을인 꾀꼬리에 사는 학생이다. 뺨땨귀, 훅, 발길질, 수도로 목을 내리치기, 많은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재미삼아 무차별로 구타를 당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으나 후환이 무서워 반격할 수가 없었다. ‘........ 이 자식이 내 실력을 모르는가 보지. 너 혼자만 걸려봐라. 그때는 네 제삿날이야.......’ 이를 악물었다. 나분티고개의 신작로에서 나는 논둑길을 거쳐 고개를 넘어 집으로 가야 한다. 구타로부터 해방되는 갈림길이다.
“어쭈, 이 새끼 봐라. 그렇게 얻어 맞고도 인사도 안 하고 가. 야 임마, 거기 서!”
“....... 죽도록 맞고 인사까지 하라고? 나쁜 놈.......”
나는 묵묵히 걸었다. 그 학생이 논길을 따라 내 뒤를 홀로 따라왔다. 신작로와는 멀리 떨어졌다. 또 주먹이 날라 왔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나는 책보를 던지고 ‘따따따’ 반격을 하였다. “얍!”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옆차기로 가격했다. 그 학생이 2m 높이 논둑 아래로 떨어졌다. 날 듯이 떨어지며 두발치기가 들어갔다.
날쌘돌이의 복수의 주먹에 그 놈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바싹 추격하니 가파른 산위로 도망쳤다. 따라 올라가 끌어안고 굴렀다. 결국 내가 맞은 것보다 배로 갚아주었다. 참으로 통쾌한 복수전이었다.
“너 오늘 죽어봐.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임마, 내가 김응모야.”
신작로에서 이 광경을 보던 애들이 달려왔다. 내가 무차별로 구타를 당할 때는 구경만 하더니, 그 학생이 맞으니 싸움을 말려 나는 복수의 쾌감을 음미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는 학교가기가 수월해졌다.
“....... 재, 건드렸다가 죽는 수가 있어.” 하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정규 중학교로 전학
옥천교회 창고학교에 계시던 서병덕 영어선생님이 충복 영동의 신설 영산중학교(현 영동정보고등학교)로 전근 가셨다. 영동에 내려오라는 선생님의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제 아들이 있는데, 공부를 잘 하는 천재이나 학비가 없어 학교에 못 다닙니다. 이런 학생을 장학금으로 입학시키면 학교를 빛낼 것입니다.”
“그래요? 총각이 그런 아들이 있어요? 한번 봅시다.”
선생님은 영동역에 마중 나오셨다. 교장선생님은 나를 보시고
“그놈 참 잘생겼다. 똘망똘망하게 빛나는데, 공부를 잘 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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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산중학은 현재 영동미래고등학교로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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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학생으로 정규중학교 2학년에 편입하였다. 흙벽돌로 지은 엉성한 학교 건물에 운동장도 좁은 초라한 신설 중학교이었다. 나는 학교 숙직실에서 자취를 하며 선생님들이 심부름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였다.
학생이라야 2학년이 한반, 1학년이 한반이다. 최고학년인 2학년에는 육군상사로 제대한 중년 어른을 비롯하여 결혼한 친구가 5명이나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변소에서 담배연기가 솔솔 나온다. 젊은 선생님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다.
“야! 네 아들 돌이 언제지?”
결혼한 친구들끼리의 대화이다. 나이 많은 친구들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음모가 졸업하면 우리보고 동기동창이라고 하겠지?”
물론이다. 영산중학교 1회 동기동창인 것이다. 고등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 많아 영동고등학교와 영동농업고등학교 및 영동경찰서와 축구시합이나 배구시합을 하였다. 번번이 우승이다.
축구시합을 할 때 영동여고 학생들은 영동고등학교를 응원한다. 일방적인 응원에 우리 축구장은 약이 올랐다. 영동여고 응원단을 향하여 “너희들 하프타임에 보자.” 장비같이 소리를 질렀다.
전반전이 끝났다. 축구주장인 박 군은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영동여고 학생들 쪽으로 달려간다. 여학생들은 혼비백산 하여 모두 달아난다. 영동에서 최초로 아래옷을 벗고 뛰는 스트리킹이 벌어진 것이다.
이 친구는 영동농고를 거쳐 영동군청에 근무하다가 영동군수까지 하고 퇴임하였다. 중학교 때 우리들 꼬마는 운동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며 총학생회장인 이 친구를 존경심을 가지고 따라다녔다.
이 친구는 축구뿐만 아니라 배구도 잘하였다. 영동경찰서와 시합을 할 때다. 배구 심판이 경찰에 유리하게 판정을 하였나보다. 이 친구는 심판을 향하여 “야 똥파리라고 봐주는 거야! 너 임마, 끝나면 죽어!” 체육선생님이 무마시켰다. 우리는 억울하게 패배하였다. 배구가 끝나자 심판은 줄행랑을 쳤다. 악명 높은 중학생에게 망신당할 것이 두려웠나 보다.
나는 학교 숙직실에서 나오게 되어 방을 얻어 자취를 하였다. 꽁보리밥에 된장찌개,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는 모두 꿀맛이다. 그런데 땔걈이 문제였다. 일요일에는 황간 쪽 깊은 산에서 땔나무를 해왔다. 나는 먹는 양식을 절약하여 시장에 내다팔고 참고서를 샀다. 일기는 꼬박꼬박 영어로 썼다.
시험 볼 때면 나이 많은 친구들은 책이나 노트를 보며 커닝을 하건만, 일부 선생님들은 못 본체 하였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야속하였다. 내가 고등학교 교사 때 시험감독을 들어가면 학생들이 가슴을 쳤다. 내 앞에서는 커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너희들 나 알지. 눈을 천개를 가진 사나이야. 절대 커닝할 생각 마라. 목을 옆으로 돌려. 뒤로 앞으로. 눈동자를 빙글빙글 돌려. 동작 그만. 시험지만 보고 고개운동은 하지마. 시험시작.” 하고는 철저하게 감독하였다. 대학교에서도 시험감독만은 철저하게 했다.
나는 1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하였건만 진학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