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는 입학동기까지 모두 참석한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한번 모였고, 대학 2학년 때 나를 돕기 위한 긴급 동창회가 열렸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객지에 나가있는 친구들 중심으로 매년 한두 번씩 모였다. 모교에 오관탁 선생이 근무하면서부터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는 친구들이 경제적인 지원을 하였다. 모교에서는 13회가 가장 잘되어 있는 동창회로 알고 있었다.
정상우 교장선생님의 퇴임 때 비가 억수로 퍼부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서울 친구를 대표하여 내려간 김재관이 퇴임식이 끝난 후에야 도착했다. 교장선생님과 모교 선생님들은 서울 제자들을 몹시 기다렸다고 한다.
서울 친구들은 유사 두 명을 순번제로 정하여 서울, 청주, 대전에서 연 2회씩 모였다. 유사는 모임의 경비를 전담했다. 내가 유사일 때 처음으로 부부동반해서 은마아파트 우리 집에서 모였다. 부인들은 남자들끼리만 모이는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 부인들을 동반하니 그들이 더 즐거워한다.
“역시 반장이라 다르셔. 진작부터 부부동반을 했어야지.” 하며 부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집이 좁아 남자친구들은 방, 부인들은 거실에서 식사를 하였다. 상을 물린 후 거실에서 다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오관탁 선생이 모교의 교감으로 있을 때 13회 총동창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서울친구들이 동창회의 회비를 지원하여 동이면 금암리 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첫째다리 옆에 차일(텐트)을 치고 동창회를 열었다.
서울친구들은 버스를 대절하여 차안에서 먹을 간식과 음료수를 마련하였다. 서울친구들의 부인들은 검소한 복장에 값진 패물을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 부인들과 여자동창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대전과 옥천시내에 사는 친구들은 옥쳔역에서 서울친구들과 버스에 합류했다. 대전에서 오는 인순이를 만났다.
“지금 뭐하고 살아?”
“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야.”
“뭐, 교수?”
“왜 놀라. 깡패가 될 줄 알았어?”
“그래.”
동창회가 개최되는 금암리에 사는 친구의 부인들은 삼복더위에 가마솥을 걸고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 나와 아내는 애쓰는 부인들에게 술도 권하고 하는 일을 거들었다. 나는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술도 권하며 바쁘게 일했다.
“야! 응모야. 너 지금도 반장 하냐?”
여자친구들의 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으면서도 모두들 소꿉친구 때로 돌아간다. 남자친구들이 야한 농담을 하면, 여자친구들은
“*도 안 서는 것들이 입으로만 양기가 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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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부고속도로 아래 금강에서 / 동이초등학교 13회 동창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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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시설을 설치하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재미있게 논다. 우리는 매년 동창회를 가졌다. 동창회 때마다 시골의 친구 부인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그 분들은 허물없이 대하고 노고에 고맙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를 반기었다.
서울에 사는 친구 부인들은 자기네끼리 모임을 가진다. 남편들보다 기금도 많고 더 자주 모이며, 기동력(자가용)이 있어 교외로 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그 모임에 남편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사내들이 부인들에게 얻어먹는 것이 못내 민망스럽다.
종철아
나는 중학교 입학국가고시를 보았다. 서울의 일류 중학교에 갈수 있는 성적이었으나 학비가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먼 산에서 땔나무를 해 와서 옥천시장에 가서 팔아보았으나 몇푼 되지 않아 결국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옥천남교회(현 옥천교회)에서 학비가 없거나 성적이 모자라 중학교에 못간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움터를 마련해주었다. 중학교 3년 과정이나 선생님은 세 분 뿐이었다. 나의 국가고시 성적표를 보신 선생님들은 다른 학생들의 성적과 월등하게 차이가 나서 그들과 함께 가르칠 수 없다고 하여 교무실에 두고 개인지도를 하셨다.
선생님들은 나의 별명을 ‘종철이’로 지었다. 선생님들이 “종철아!” 부르면 나는 ‘땡 땡 땡’ 종을 쳤다. 선생님들은 교과지도안을 주시고 필기하게 하고 틈틈이 질문에 답해주시며 과제물을 주어 나를 공부하게 했다. 이를테면 개인지도를 받은 셈이다.
교실이라고는 창고에 칸막이를 한 것이 고작이고 1, 2, 3학년을 편성하였으나, 전교생은 30명 정도밖에 안되었다. 한분 선생님이 결근하게 되면 이 교실에서 판서하고, 다른 반에서 설명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학선생님은 오른손을 잃은 상이용사이시다. 그러나 가르침의 정열은 대단한신 분이었다. 때때로 윤남하 목사님이 성경공부를 가르치실 때는 나도 함께 들었다.
1학년 때 속리산 법주사로 소풍을 갔다. 나의 점심은 고구마와 면사무소에서 배급받은 딱딱하게 굳은 분유덩이였다. 이 분유덩이는 물에 녹여 끓이면 마시기 좋으나, 덩이채로 갉아먹기는 개뼈다귀를 갉아먹듯 고역이었다. 나는 다른 학생들이 볼까봐 부끄러워 혼자 숨어 점심을 먹었다.
자유시간 후 전교생이 함께 모여 장기자랑을 하였다. 나의 장기는 다양하여 학습장, 연필, 필통 등 많은 상품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잘해서 상을 타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후하게 점수를 준 것 같다.
교회의 재정난으로 창고학교는 문을 닫게 되었다. 목사님은 쌀 한가마 값만 옥천중학교로 전학시키겠다고 했다. 끼니도 못 때우는 형편인데, 어찌 쌀 한가마를 마련하며 또 그 후 학비는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중1로 나의 배움은 끝이 났다. 또 농사를 지으며 땔나무를 해다 파는 지게꾼 나무장사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