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에필로그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로 거리에 들리게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다.(이사야 42:2~3)

내가 하나님의 종으로 사는 동안 이 성경구절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살아왔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는 배운 대로 함부로 나서지 않고, 최대한 나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모든 현장에서 억눌린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게 하도록 노력했다. 그 길에서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을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동안 배우고 딖아온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풀무질하는 것에 있다고 지금도 확신한다. 

며칠 전 추석을 앞두고 조카들과 벌초를 다녀왔다. 선산에 모신 부모님과 형님의 묘소를 찾아 웃자란 풀을 다듬고 주변을 정리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은 이제껏 펼친 일들을 정리해나가는 시간일 것이다. 

내가 회고록을 쓰게 된 것도 그중 하나이다. 나는 한사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후배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독려로 시작한 이 일들을 통해 지난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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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메모하고,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만난 시간, 사람, 현장, 사건들과 다시 만날 기회를 얻었다. 어쩌면 그것은 책 한권으로 모두 담아내지 못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그 사람들, 그 현장들, 그 사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봄으로써 그 이야기와 그 역사가 다시 현재진행형으로 살아가기를 바랐다. 

지난 태풍에 거목이 쓰러진 것을 보았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가 비바람에 꺾인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그렇지만 그 쓰러진 자리에는 새로운 싹이 돋아날 것을 믿는다. 어쩌면 그 나무가 내어준 자리 덕분에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이다. 

내가 떠난 자리에도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이 생겨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이치이다. 내가 정리한 이 책이 그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커다란 나무가 쓰러질지언정, 그 땅의 밑거름으로 쓰이듯이 말이다. 

팔순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내가 지금껏 살아온 것은 많은 사람의 기도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느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내 삶을 더듬어 올수 있었던 것은 최성균 회장, 진산전 장로, 손학규 대표, 이해학 목사, 박종렬 목사, 나상기 씨, 천영초 씨, 구창완 목사, 황인숙 씨, 이철용 전 의원, 오영식 목사, 최종덕 씨 등(무순)이 각각 오래 전에 나긴 자료, 사건 진술 등이 있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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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 자택 마당에 선 부부 / 下 환갑 때 모인 일가친척. 외손녀 솔, 외손주 길, 손녀 지아, 지우, 손자 순수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에는 안재웅 목사, 김영주 목사, 윤길주 목사의 자극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서 출판위원장을 맡아주신 안재웅 목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빠뜨릴 수 없다. 나는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아내를 비롯해 딸과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1970~80년대 어려웠던 그 시절에 모두 그러했듯이 나도 가정적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일을 하면서도 두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우리 가족을 잘 지켜주었다. 이제라도 용서를 빌면서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당시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돌봐주기는커녕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내 자신이 밉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고,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주신 생명들을 잘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를 생각하면 자랑스럽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끝으로 나의 말솜씨, 글솜씨 등이 모두 엉터리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추슬러주고, 채근해주고, 또 끝까지 정리해준 이영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래도 역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흐른다 (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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