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임진각까지_남북인간띠잇기 대회 (74회)
  제12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2

1993년 8월 15일 오후 6~7시 남북인간띠잇기 대회가 열렸다.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이르는 48km의 길을 6만 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이으며 통일운동을 몸으로 실천하는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 띠는 서구에서 ‘휴먼체인(Human Chain)’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화운동, 환경운동, 생명운동의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 역사에서도 왜구의 잦은 노략질에 경상도 지역 어민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우리 땅을 지키고자 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선조들의 지혜로운 행동인 강강수월래도 인간띠의 모습이라고 할수 있다. 인간 띠의 이러한 유레에 걸맞게 남북인간띠잇기는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향한 작지만 소중한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교회의 교류와 평화통일을 염원해온 KNCC는 1995년 한반도 평화통일 희년을 향한 행보를 계속해왔다. 남북인간띠잇기는 KNCC가 제안하여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 모든 구성원에게 개방된 행사로 평가받았다. 

KNCC가 남북인간띠잇기 운동을 처음 구상할 때는 서울의 독립문에서 판문점까지 총 6km의 길을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손에 손을 잡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인간띠를 만들고, 남북교회가 합의한 공동 예배문으로 예배를 드리고자 했다. 

북한에서 동참할 경우 1994년에 이를 전국방방곡곡으로 확산하고, 마침내 1995년 8월 15일에는 남과 북, 해외의 모든 민족 구성원까지 참여시켜 한라에서 백두까지 3,000리를 잇는 평화와 통일의 인간띠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진정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이유로 북한교회는 동참하지 않았다. 간절히 부탁을 드렸는데도 말이다. 

이 대회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남북인간띠잇기 대회본부가 주최하고, 통일원, 문화체육1부, 기독교방송(CBS), 국민일보,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이 후원하여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대회에 참여한 인원은 총 6만 4,480명이고, 46개 개신교 교단을 비롯해 60개의 일반단체가 참여했다. 원래 5만 명이 동원되면 가능한 대화인데,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신문과 방송 모든 언론이 나선 덕분이기도 했다. 이는 내가 주민조직 관계를 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한 큰 조직이었다. 

남북인간띠잇기 운동은 평화통일을 향한 교회의 의지에서 비롯되었지만,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여러 타종교 단체, 이산가족이나 일반 시민 등 그 참여와 폭이 넓었다. 
 
▲ 남북인간띠잇기대회 모습
 
남북인간띠잇기의 성패는 사람들의 참여가 관건이었다. 이에 행사준비위원회에서는 사람들을 동원하는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할 행사 노선에 위치한 1,168개의 지역교회를 섭외하고, 그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YMCA와 YWCA, 한국선명회 등의 단체와 평화통일 희년 준비위원회에 속한 49개 교단 소속 교회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많은 인원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미리 준비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했다. 이를 위해 CBS는 생방송으로 라디오 중계를 했고, 행사진행요원을 곳곳에 배치하여 진행을 도왔다. 준비위원회에서는 남북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한 사람 모두에게 소형라디오를 지급했다. 인간띠를 완성하기 전, 사회자의 아내가 소형라디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이제 우리가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이어보겠습니다. 여러분 앞의 평화리본을 잠시 놓으시고 옆 사람과 손을 잡아주십시오. 서울의 독립문에서 구파발을 지나 통일로를 달려 임진각까지 뻗어온 우리들의 통일염원을 인간띠를 만들어 완성해봅시다.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두 번 반복해서 부르시겠습니다. 

1m 간격으로 늘어선 참가자들이 인간띠 물결이 마침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라디오을 통해 들려오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1,300여 교회에서는 일제히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종을 울렸다. 

교회의 타종 소리에 맞추어 일곱가지 무지개 색으로 된 촛불을 점화하면서 6시 30분부터 임진각에서 평화통일 기원예배가 시작되었다. 
 
▲ 남북인간띠잇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준 라디오

이 예배는 KNCC 평화통일 위원회 위원장인 박봉양 목사의 사회로 선명회 합창단의 찬송과 남북나눔운동 사무총장 홍정길 목사의 구약성서 봉독에 이어 강문규 한국YWCA전국연맹 사무총장과 대한 YWCA연합회 이종경 사무총장이 인도한 <93남북공동기도문>을 모두 함께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이 <93남북공동기도문>은 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고기준 목사와 합의한 내용이었다. 
 

자신의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사 영생과 평화의 계약을 맺어주신 하느님, 우리의 감사와 찬양을 받으시옵소서. 

주님은 평화의 종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사랑과 정의 ,평화가 하나 되게 하심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갈라져 싸우지 말고 서로 사랑과 용서로 화해하고 단합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조국분단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일하는 사도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명을 아직도 실현하지 못한 우리의 허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주여, 외세에 의하여 분열되고 반세기동안이나 온갖 불행과 고통을 당하여 온 우리의 민족이 오늘은 열핵전쟁이 참화까지 입게 될 위험에 처하여 있습니다.

오, 주여.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삼천리 금수강산 이 나라에 핵무기가 없고, 전쟁이 없는 평화의 강산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민족의 슬기와 영예를 떨치게 하는 민족의 정신인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을 바탕으로 전 민족이 단합되도록 하여주시옵소서. 

동족 사이에 주의주장과 제도가 다르다고 불신하고 원수로 여기는 일이 더는 없게 하며 공존, 공영, 공리를 도모하고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여주시옵소서. 

주여, 우리 민족은 북과 남으로 갈라져 있어도 하나의 핏줄을 이은 동족입니다. 사상과 이념은 달라도 하나의 강토에서 살아야 할 형제들이며 언제나 생사고락을 같이 하여야 할 하나의 민족입니다. 우리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이 나라 강산의 평화의 종소리, 통일만세소리 높이 울리게 하여주시옵소서. 해방의 50년, 통일 희년의 은혜의 그날을 환희와 감사로 맞게 하여 주시옵소서.

성령이여 오시옵소서. 북과 남의 성도들이 마음과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막힌 담을 헐어버리고 민족의 절박한 소망인 조국통일을 이루어나가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공동기도문 낭독이 끝나자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김희원 회장의 통일기원 묵상기도, KNCC 회장인 최희섭 목사의 말씀 선포, 감리교 표용은 감독회장의 축도, 예장통합 증경총회장인 김윤식 목사의 통일만세 삼창이 이어졌다. 

나는 폐회사를 통해 남북인간띠잇기 행사의 종료를 알렸다. 사람들은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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