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나눔운동 - 49개 교단연대_1 (72회)
  제12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2

KNCC는 1992년부터 남북 나눔운동을 시작했다. 북한교회 대표단의 방문교류로 남북교회는 한반도에서 정기적인 교류를 실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그 와중에도 남북이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어 영적, 정신적 일치에 다가서보자는 열망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남북나눔운동이나 남북인간띠잇기대회 등은 남북이 합의한 희년운동의 일환이었다. 남북 나눔운동은 KNCC가 공산권 성경찬송보내기 운동의 경험을 살려 범교단적으로 조직하여 실시한 것으로, KNCC실행위원회가 건의하고, KNCC 총회가 결의하여(1992.) 진행되었다. 

KNCC는 49개 교단의 교단장과 총무들을 초청하여 여러 차례 회의와 협의를 거쳐 마침내 1992년 12월 8일 남서울교회에서 남북나눔운동 창립준비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KNCC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의 교회인 남서울교회에서 창립준비대회를 열게 된 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남북나눔운동 창립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각 교단 총무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면서 합동 측 충현교회 담임목사를 책임자로 세우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마지막 준비모임을 위한 조찬회의에 책임자가 되기로 한 목사가 오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서로난감해하며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 참석한 남서울교회 홍정길 목사가 입을 열었다. 
 
“저에게도 기관원이 KNCC 조찬회에 가지 말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홍 목사는 그렇지만 자신은 그 전화 때문에 오히려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충현교회 담임목사는 그 교회의 원로목사가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992. 12.11.)

나는 조찬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들 홍정길 목사가 책임자가 되면 좋겠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홍정길 목사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했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리하여 홍정길 목사가 남북나눔운동 준비책임자가 되고, 그가 시무하는 남서울교회에서 창립준비대회를 하게 된 것이다. 

홍정길 목사는 그해 2월까지는 나와 아무 일면식이 없었다. 다만 장애인학교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 사역에 헌신한다는 소식은 들어서 마음속으로는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2년 2월 15일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조기련 대표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한국방문 시 남서울교회 새벽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때 서기장인 고기준 목사가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은 오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홍 목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초면인 홍정길 목사가 대뜸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재정이 더 어려울 텐데 우리 교회가 얼마른 헌금하면 될까요?”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고마웠지만 괜찮다며 사양했다. 하지만 홍 목사는 잊지 않고 이후 많은 헌금을 보내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홍 목사의 마음 씀씀이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홍 목사는 나에게 특별한 목사로 존재했다. 이러한 홍정길 목사가 남북나눔운동 책임자를 맡게 되어 내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 홍정길 목사 [출처 ; CBS]
 
남북나눔운동을 계획하던 초기에는 KNCC 안에서도 이 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남북나눔운동을 KNCC에서만 진행한다면 그처럼 성공적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홍정길 목사는 가장 앞장서서 대북지원사업을 하면서 겉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남북나눔운동에는 홍정길 목사의 수고와 헌신이 아주 지대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을 시작할 무렵, 민간에서는 북한관련 일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했다. 북한교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북 평화통일 논의와 교류에 관한 일을 정부와 정보기관에서 간섭하거나 방해하는 일일 수시로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나눔운동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홍정길 목사와 같은 용기 있는 분들과 어떤 정치적 목적 없이 오로지 신앙으로 이 일에 헌신한 분들의 수고와 애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남북나눔운동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대중통일운동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홍정길 목사에게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빚진 마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여러 단체에서 대북민간교류에 참여하지만, 당시 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적십자만의 단일사업 내지 독점사업으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홍정길 목사는 한 인터뷰에서 “통일은 손해 보는 운동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손해 보는 운동’이지만 해야 할일, 가야 할 길이었다. 이러한 홍 목사의 인식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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