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교회와의 소통 실수의 아쉬움 (71회)
  제12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2

나는 우리 정부의 연락관을 통한 채널을 믿고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수였다. 문제가 있으면 연락관이 아니라 남북 교회가 직접 만나서 협의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때 북한 대표단이 방문하여 남한교회 지도자들과 만나고, 이로 인해 남북교회가 서로 교류하기 시작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남북교회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당시 한국교회는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두가 북한교회의 남한 방문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물론 처음에는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막상 방문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모두들 기대하면서 좋아했다. 

우리는 조기련 대표단의 방문이 무산되자 통일문제위원회를 긴급 소집하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본 협의회는 오늘 오후 정부당국을 통해 본회의 제41차 총회참석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조선기독교연맹의 전화통지문을 전달받고 심한 당혹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본 협의회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판문점 실무접촉을 통해 조선기독교연맹 대표와 나누고 합의한 모든 사항이 쌍방에 대한 신실하고 성실한 신뢰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1천만 성도들은 이러한 믿음 위에서 북측 대표들을 따뜻하게 환영ㄹ할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으며, 이러한 남북 기독자들의 뜻에 따라 본 협의회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의 환영을 하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북측이 원하는 통신과 취재활동 부분은 실무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15일 오전, 47년 동안 갈라졌던 상처를 치유하고 한 지체가 되고저 방문하는 조선기독교연맹 대표단을 맞이하려 예정대로 판문점으로 나갈 것이다.    

끝내 방문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앞으로를 위해 실무접촉을 재개하거나 양측 정부의 연락관을 통해 의사소통을 계속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양측 정부가 이제까지 남북교회가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협력의지가 계속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1992년 2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통일문제위원회 위원장
장기천


2월 15일, 정부당국은 판문점에 나갈 차량을 보내지 않았다. 우리는 신라호텔에서 북한교회 대표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다가 오전에 철수하였다. 그리고 평화통일희년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를 긴급 소집하였다. 집행위원회에서는 통일원장관 앞으로 보내는 질의서를 만들어 기자회견을 가진 후 통일원을 방문하였다. 
 
▲ 1936년 KNCC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판먼점에서 남북한 기독교가 만났다.(1992.) 남측 대표 권호경, 장기천, 북측 대표 고기준, 김운봉

나는 2월 18일 고기준 목사에게 편지를 써서 팩스를 보냈다. 앞으로의 남북교회 교류를 위해서도 한번은 점검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고기준 목사님께

주님의 은혜 가운데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금번 조선기독교 연맹 목사님 일행의 서울 방문은 1천만 기독교인들의 심금을 울려 민족통일에 더 한층 심혈을 기울이게 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더욱 연단시키려고 ‘보류’라는 충격과 시련을 주신 줄 알고, 우리의 부족을 깊이 반성하며 아픈 상처를 달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오래 떨어져 살다보니 달라진 것들이 많아서 지적해주지 않으면 무슨 실수를 했는지도 모를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목사님과 김운봉 목사님을 이 나라 이 민족의 상처라 할수 있는 분단선 한복판에까지 이끌어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항상 이 나라 1천만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민족 통일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생명을 다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야 할 자리가 바로 민족의 상처인 분단 한복판이라고 되새기며 살아왔습니다. 

신을 벗고 옷깃을 여미고 서야 할 귀한 자리에 특히 목사님과 함께 설수 있었다는 것은 최대의 영광이었습니다. 아직도 이 감회로 용기를 가지고 금번 47년 만에 역사적인 행사준비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탁과 우리의 총회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 부탁 - 

1. 보류된 우리의 초청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실 수 있도록 고려해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가능하면 모든 내용을 그쪽 언론에 공개해주시고 한 장을 복사하셔서 WCC나 일본 NCC 등을 통해 우송해주십시오. 

2. 연락은 계속 판문점으로 공식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가능하면 판문점에서 대표 접촉을 재차 요구해주셔서 직접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13일 연락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명단과 내용, 그리고 14일 후에 우리 당국으로부터 받으신 전통문을 꼭 우송해주십시오. 우리는 아직도 무엇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금번 저희 총회가 목사님 일행 대표단을 못 모시게 된 조사와 대책을 수립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판문점을 통한 남북교회 접촉이나 당국에 연락관계를 맡기는 일 등 민간교류사업 전반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래 첨부된 명단만 보고 환영한다고 우리 당국에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 간 문건 내용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금번의 많은 실수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형제를 신뢰해야 하는 기독교인의 신분이고 보면, 우리 스스로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허탈한 심정을 내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며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오시는 모든 분들의 강령을 빌며, 목사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1992년 2월 18일
권호경 드림

*소식첨부 : 1, 총회선언문, 2 질의서, 3. 총회성명서, 4월 13일 오후 4시 이후 당국으로부터 받은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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