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교회에서의 영광스런 설교 (64회)
  제11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1

다음날인 10일 금요일은 아침 식사 후 만수대 창작사 상품전시장을 방문했다. 안내하는 대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작은 도자기 두 점을 기념으로 구매했다. 

고기준 목사의 초대로 다시 옥류관으로 가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은 후 다시 소년궁으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왔다. 이대로 어떤 허락이나 협의도 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나는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라 KNCC의 대표로 역사적인 통일협의회의 개최를 위해 온 것이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소년궁으로 들어가 북한 어린이들이 쓴 글씨와 그림들을 감상했다. 그런데 북한 어린이들의 작품은 막눈인 내가 보기에도 예사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한 아이로부터 그림 하나를 선물로 받았는데, 제목이 <날으는 학>이었다. 

그 아이는 내게 그림을 주며 “통일을 위해 힘써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기특한 마음에 “방금 한 말을 글로 써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금 큰 아이가 대신 글을 써주었다. 글을 쓴 아이의 이름은 주은희였고, 그림을 선물로 준 아이는 6살 한성일이었다. 

그곳에서 어린이들이 하는 뮤지컬 <설 잔치>를 관람한 뒤 소년궁의 채 국장이라는 사람의 초대를 받아 김정규 씨 동생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김정규 씨 동생은 채 국장 밑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나 승강기가 없어 꽤 높은 층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거실에는 피아노가 한대 있고, 방은 서너 개쯤 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메뉴는 집에서 만든 흰빵이었다. 나는 연로한 김정규 씨 어머니가 수고하여 차린 식사 같아서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민간인 집에 방문해서 식사를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이루어진 자리라 더욱 송구했다. 그날 저녁식사는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날의 소박한 저녁식사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다음날이 되자 아침 일찍부터 김철민 씨와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기관원, 강영섭 목사와 고기준 목사가 왔다. 우리는 영화를 한편 같이 보고, 점심 식사로 단고기를 먹었다. 이날 점심은 해외에서 여러 번 만난 김혜숙 씨와 이철민 목사가 함께했다. 반갑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떠났다. 

점심 식사 후에는 조기련 사무실에 갔다가 평양신학교를 방문하여 신학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 신학교는 1972년 9월에 개원하여 3년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평양신학교에서는 매년 10명의 신학생들을 뽑아 교육시킨 후 졸업을 시킨다고 했다. 

한 기수가 졸업을 한 다음에는 다음 기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이어서 졸업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해 6월 졸업예정자 역시 10명이며, 이 가운데 2명이 여성이라고 했다. 북한에는 현재 목사가 10명이 있고, 1989년에 봉수교회를 헌당했으며, 1990년부터 칠골교회를 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다음 나는 준비해간 설교 내용을 다시 검토하면서 왜 설교원고를 보자고 하지 않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은 12일 주일이었다. 나는 일찍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빠르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 강영섭 목사와 고기준 복사의 안내를 받아 봉수교회로 갔다. 

교회 안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어림잡아도 300명은 될 것 같았다. 강대상에는 사회자이자 봉수교회 담임인 이성봉 목사와 나, 그리고 강영섭 목사, 박경서 박사가 올라갔다. 봉수교회에서 사용하는 성경찬송가는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성경찬송가와 거의 똑같았다. 예배순서는 내가 어릴 때 다니는 시골 교회의 예배순서와 흡사했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들었다. 
 
▲ 기도하는 북한의 김운봉 목사

설교할 시간이 되자 나는 예배소서 2장 13~18절을 본문으로 “우리를 하나 되게 이끄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그날 행한 설교전문을 여기에 싣는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옵는 강영섭, 고기준, 김윤봉, 이성봉 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교역자 여러분,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특별히 우리를 사랑으로 초청해주신 조선기독교연맹과 봉수교회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갈라진 지 47년 만에 부족한 종을 이곳 평양에 공식으로 보내주셔서 여러분과 더불어 이 봉수교회에서 예배드리게 된 이 사실, 이것은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아울러 이것은 우리 반도의 교회사적인 사건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오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놀라우신 역사에 감격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를 하나 되게 이끄시는 하나님께 한없는 영광과 찬양을 여러분과 함께 올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오늘 이 영광과 기쁨을 여러분과 더불어 북남 천만이 넘는 기독교인들과 7,000만 민족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 아침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셩령과 사랑의 역사에 의하여 이곳에 온 부족한 저는 남쪽 교회의 지극히 보잘 것 없는 한 종으로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회장님과 각 교단 총회와 남쪽 교회를 대신하여 여러분께 문안을 드립니다. 또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기도해오고 협력해오신 WCC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기독교인들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저들을 대신해서 문안을 올립니다.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의 무하하신 사랑으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 자매, 형제 여러분,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예수그리스도의 한 종으로서 북과 남, 분단문제를 생각할 때 “하나님 아버지께 제사를 드리기 전에 형제와 먼저 화해하라.” “네 형제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 말씀에 순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을 용서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 악령들의 힘에 의해 분단된 민족의 고난과 희생, 민족자존을 위한 이 민족의 몸부림의 현장에서 추한 제 자신을 부정하고 다 버리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지워주신 십자가의 짐을 다 짊어지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오니 저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해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또한 가르쳐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죄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 같이 우미 모두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용서합시다.’(골 3;13)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 땅에 한 민족으로 한 피를 받아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섭리요, 하나님의 뜻입니다. 바울 사도께서는 사도행전 17장 26절 말씀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혈통과 거주의 경계를 정해주셨다.’라는 의미의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출애굽사건에서 하나님께서는 열두지파에 따라서 땅을 골고루 나누어 경계를 지어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생각할 때에 우리가 이 아름다운 한반도에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에게서 한 피를 받아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섭리요, 하나님의 뜻이요, 성령의 역사라고 믿습니다. 아직도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은 이것을 사주팔자 소관, 혹은 운명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요, 뜻입니다. (다음 회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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