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간 사용할 수도권 쓰레기매립장 (79회)
  제10장 환경청의 더 맑게 더 푸르게

나는 무척 고민했다. 과거 3년 6개월 동안, 조달청 근무를 통해 보아온, 예외적인 경우이기는 해도 정부가 해온 수의계약의 일부 사례를 보나 이 양도 양수계약의 불가피성과 반강제성 등을 미루어 보면 동아건설 측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특히 정부가 매수할 경우에는 아무리 정당한 가격을 예산회계법이 보장한다 하더라도 공인감정 기간은 후일을 생각해 지극히 보수적인 저가 감정이 현실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고려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것이 타당성이 있다 해도 앞으로 몇 년 후의 일을 어떻게 약속할 수가 있느냐가 문제였다. 참으로 현실적, 기술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것을 딱 잘라 거부하는 경우는 이 계약은 절대로 성립할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것을 추진한 경험을 한 우리 입장에서 이 요구를 거부하기에는 양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책임 회피에 불과했다. 

국가 백년대계에 속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다소의 애로가 있다고 해서, 장차 예상될 수 있는 책임 추궁이 두려워서 백지화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약 공직자들이 이런 시각에서만 생가하면 아무 링도 못할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양심의 부끄러움 없이 동아건설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우선 서울시에다 공문을 내어 수의 계약에 대해 의논을 했다. 그런데 서울시의 회신은 정부가 결정하면 수의계약도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였지만, ‘정부가 결정하면’이라 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즉 누가 언제 결정하느냐가 문제였다. 현실은 이 대답을 얻어내어 수일 내로 양도 양수계약을 성립시키는 것이 나로서는 선결과제였다. 

나는 정부 결정 기능은 국무회의 심의결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해안매립 계획과 그 내용, 예산 등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보고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의외로 수월하게 통과되었다. 생각해보라. 300년 이상 걱정 없다는 쓰레기 문제를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미래에 발생될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어 아쉬웠다. 그만큼 수도권의 쓰레기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인 630만 평에 대한 양도 양수계약은 합법적으로 성립이 되었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땅의 매입가격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실로 어려운 문제에 부닥쳤다. 환경청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한국감정원에 부탁해서 그 적정가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감정원은 간척지 감정의 경험이 없다며 반려해왔다. 

나는 참으로 서운했다. 그 감정원은 내가 재무부 이재2과장 시 관계부처와 그렇게 마찰을 하면서도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그 업무를 본 구도에 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내가 어려울 때 공정한 감정을 해주리라고 하늘같이 믿었는데, 간척지 감정의 경험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로 반려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같은 조치에 대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감사원을 그만 둔 분들로 조직한 ‘토지평가사업법인’과 제3의 토지평가사법인들에게 의뢰했다. 한편 나는 완벽을 기하기 위해 조달청과 농수산부에도 각각 기술검토를 의뢰했다. 두 토지평가사 법인에서 낸 가격을 평균해서 단가를 정했다. 조달청과 농수산부 기술진의 검토가격도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때의 단가는 평당 7,200원이어서, 합계 450억 원이 되었다. 

그 450억 원의 자금조달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 그 450억 원 중 150억 원은 환경관리공단의 기존 예산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나머지 300억 원의 염출이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결정된 것이 채권발행이었다. 환경관리공단이 채권을 발행하면 증권시장에 이를 소화시키도록 해서 그 300억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도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었다. 환경관리공단법엔 채권발행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공채를 발행하자면 당장 두 가지 일을 해야 했다. 입법을 먼저 해야 하고, 공채발행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 업무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무슨 일이고 급히 해서는 안 된다. 자연은 결코 급하게 굴지 않는다. 급할수록 일이 꼬인다. 만일 무슨 의심이 있거든 하룻밤 자고 이튿날 생각하라.’
 
어느 책에서 읽은 이런 말도 생각났다. 그랬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다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입법을 위해 나는 또 생각하고 또 검토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식이었다.
 
입법과 국회동의를 무난히 마쳐 역사적인 그 양도 양수계약은 완전히 집행에 옮겨져 대금 지불이 완료되고 630만평은 국가소유로 넘어왔다. 앞으로 40년간은 전국의 약 60%가 발생하는 수도권쓰레기 문제는 걱정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호사(好事)에 다마(多魔)라더니, 이 동아건설과의 수의계약에는 일부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이를 간추려보면 다음 둘로 집약된다. 

첫째, 동아건설과의 수의계약은 특혜가 아니냐는 여론이었다. 물론 수의계약에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더러 있었다고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여 그 난국을 수습하기도 한다. 물론 동아건설과의 수의계약이 계엄령과 동일선상에 놓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국토는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산성비, 지구의 온실화, 오존층 파괴, 쓰레기 문제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을 위시한 모든 생물의 불원장래(不遠將來)에 큰 위기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1963년부터 자연보호를 선창해오다가 좀 뒤늦기는 하지만 1980년부터는 환경청이 창설되었으며, 현행 헌법에도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나는 이런 환경의 중요성을 통감한 환경청의 책임자로서 다소의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의 건강 수호의 차원에서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민간사업자의 간척공사를 자의가 아니라 정부가 강제로 매입했다는 데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약속한 것이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둘째, 왜 서두르느냐 였다. 무어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 서둘러 채권까지 발행해 매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 반대 의견에 대해 그때 다음과 같은 세 이유를 들었다. 

첫째, 수도권의 쓰레기 문제가 그만큼 다급할뿐더러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70년대에 일본이 산업쓰레기를 우리들에게 팔아먹을 때도 우리 국민들은 거의 돈단무심(頓斷無心)이었다. 일본은 쓰레기까지 사는 우리를 얼마나 어리석은 국민들이라고 그때 얼마나 비웃었겠는가. 그 쓰레기 문제가 당장 목을 죄고 있는데도, 그 쓰레기의 선별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은 온통 쓰레기의 산더미로 묻혀버릴지도 모를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므로 또 무엇을 망설이고 무엇을 주저하겠느냐 였다. 

둘째,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동아건설은 사업을 완료하게 되어, 그때에는 토지매입이 거의 불가능해질 우려를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렴한 가격으로 거의 강제적인 매입이기에 차일피일 지연만 했다가는 영영 호재를 놓치고 말 위구심이 내재하고 있었다. 

셋째, 사업중단의 우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식적으로 개각이 단행될 것이며, 새 인물들이 입각할 것이다. 이때 만약 그 새 인물들로 구성된 각 부처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런 거창한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당사자 또한 원하지 않는 일이라 만에 하나라도 반대활동을 한다면 지금까지의 우리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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