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쓰레기 총 발생량은 1987년 1일 61,000톤(연간 2천3백만 톤)이었다. 이 중 수도권 지역의 발생량은 1일 35,000톤으로, 이는 전국 발생량의 58%에 해당되고, 이 물량 부피로는 대략 3.1빌딩 10개에 해당된다. 당시 이들 쓰레기에 대한 처리는 총 발생량의 95%를 매립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5% 정도만 소각이나 재활용으로 이용되는 실정이었다.
1986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451개소의 비위생적인 매립지 난립으로 인해 주변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 이처럼 고도의 산업국가로 치닫는 우리나라도 이 쓰레기 처리문제는 일종의 전쟁과 맞먹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런데 수도권의 경우 난지도(30m의 쓰레기산)나 경기도 내의 소규모 내륙 매립지들의 수명이 이미 그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는 1985년부터 합동으로 구리시 등 수도권 주변 일대에 12개 소의 신규매립지 대상을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타당성 분석결과, 모두 부적합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근 내륙에는 원천적으로 쓰레기 매립 적지가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향후 몇백 년 동안 수도권 주변에 계속적으로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수질, 토양, 대기 등의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초래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부지(敷地)나 가옥 등의 매입에 따른 막대한 보상비가 소요되고 2, 3초 당 한 대 정도의 잦은 쓰레기차량 통행으로 기존도로가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반 문제를 감안, 향후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한 대단위 광역 해안 매립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원천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환경청은 경제기획원, 재무부, 농림수산부, 건설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과 협의를 해보니 생활쓰레기와 일반 산업쓰레기물을 반영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업대상지가 해안지방이 제일 적지라는 판단을 하여 그런 곳을 물색하기로 했다. 농토나 가옥보상이 없이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며, 장차 국토확장에도 기여가 되기 때문이었다.
영종도, 강화도, 율도 등을 잇는 김포, 영종지구 총 2,400만 평의 광역해안이 최적지로 떠올랐고 1988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해안 매립지 건설계획안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 후보 매립지 중 1,100만 평은 동아건설이 이미 간척사업을 벌여 원예단지, 식량단지, 유전공학단지, 농촌도시단지, 체육시설단지 등을 조성할 목적으로 1983년 9월 28일 공사를 시작해 1986년 현재 9,4km의 방조제를 완공하고 있었다.
환경청은 1단계 사업으로 동아건설의 1100만 평 중 630만 평을 동아건설로부터 매입하여 이를 쓰레기 매립지로 용도를 변경하여 향후 40년간 사용이 가능한 매립장을 건설키로 했다. 이 1단계 사업에 이어 2차로 영종지구 1,800만 평의 공유수면을 수도권 쓰레기배립 예정지구로 고시하고 1992년부터 300년 이상 사용가능한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상천외의 거대한 구상이었다. 대체로 정부로서는 여태 10년 이상을 내다본 정책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사업은 향후 100년을 내다본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만한 원대한 구상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동아건설과 타협이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간척사업이 거의 마무리된 단계에 있었고, 투입된 자금도 약 1,000억 원이 넘는다는 동아건설이 선선히 정부의 권유를 들어줄까 문제였다.
우리는 분연히 일어섰다. 그것은 내 사사(私事)가 아니라 장차 2,000만 명으로 불어날 수도권 주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하는 웅대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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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들과 함께 '더 맑게 더 푸르게' 캠페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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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나의 결심은 수(隨)나라와의 화전(和戰)을 위해 단신으로 적진으로 들어간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과도 같은 심정이었다고 해도 결코 망발은 아닐 것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환경에 관한 나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 해서 동아건설의 최원석(崔元碩) 회장에게 애원을 하다시피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나는 최 회장을 추호도 원망하지 않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어떤 다른 기업체라 할지라도 이 지경에 놓이면 최 회장과 같은 대답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는데 그것을 매각하라니 될 법도 한 일이 아니었다. 속된 말로 ‘다된 밥에 코가 빠지는 격’이 된다고 천길만길 뛸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온갖 지혜와 지식을 다 짜내어 근 1년 동안이나 끈덕지게 그 타협에 신명을 바쳤다. 실무자들은 실무자들대로, 중견간부들은 그들 나름대로,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는 한의 수단과 방법은 다 동원했다. 아마 그 1년여 동안에 우리들이 소모한 언어를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수도권 지역의 1년간 쓰레기 발생량만큼은 좋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1987년 11월 27일, 나는 환경청 과장 이상 간부들과 환경청 관리공단 차성호(車成鎬) 이사장 등 부장급 이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진행된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과의 <수도권 쓰레기 광역 해안 매립지 양도 양수협정> 조인식을 가졌다.
실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최 회장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충심으로 고맙다는 사사(謝辭)를 했다. 최 회장도 그때의 심정을 기자회견에서 답했는데, 그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드려보기로 한다.
“아시다시피 양도 요청을 여러 번 거절했어요. 그러나 수도권 쓰레기가 갈 곳이 김포해안 밖에 없다는 박판제 환경청장의 간곡한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보상을 받아도 근 200억 원 이상 손해가 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동아그룹의 희생이 쾌적한 환경조성에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최 회장은 이보다 앞서 1983년 2월 원효대교를 서울시에 기증한 분이라, 나도 마음속으로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워낙 1년이나 실랑이를 친 끝이라 3년 묵은 체증이 내리는 듯 했다. 그리고 <The Use of Life>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떠올리곤 했다.
어떤 성공한 생에 에도 폭풍우의 시기는 온다. 번영만으로는 결코 행복이나 평화를 얻을 수 없다. 곤란이 크면 클수록 보상도 클 것이다.
그러나 이 양도 양수에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붙어 있었다. 1,100만 평 중 북쪽 630만 명을 양도하되, 해안 쓰레기 매립계획과 관련된 <위생매립공사> 등 관련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달라고 동아건설 측이 요구해왔다.
그 ‘관련공사’란 다음 3가지다.
첫째, 위생매립공사이다. 쓰레기가 부패되어 생기는 폐수를 처리하는 공사이다. 맨 밑바닥에 깔판을 깔고 그 위에다 약 15cm 두께의 흙을 깐다. 그 위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또 다시 흙 15cm로 덮는다. 이런 식으로 쓰레기와 흙을 층계별로 쌓은 맨 위는 60cm 정도의 흙으로 정지(整地)하는 공사이다. 그와 동시에 폐수를 뽑아내어 폐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공사를 말한다. 포집가스시설과 방진시설도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 적환장(積換場) 공사이다. 적환장은 쓰레기를 일정 지역에 모아서 이를 다시 벽돌 찍듯이 찍어서 운반하기 좋도록 처리하는 장소이다.
셋째, 동로공사이다. 적환장에서 매립장끼지의 연결도로 공사이다.
동아건설 측에서는 이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달라는 요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