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3사는 촉매장치의 신규제작시설 설치, 전국의 주유공급시설을 유연에서 무연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준비기간이 최소한 2~3년이 걸리므로 2년만 유예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유관기관에도 집요하게 로비를 하고 있었다. 2년 후면 5공정권이 끝나는데 결국은 하지 않겠다는 속셈인 것 같았다.
언론에서도 준비 없이 갑작스런 실시는 무리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3사 총수 중의 한 분은 나를 찾아와, “박 청장은 돈도 권력도 통하지 않지만 원칙만 기준에 맞으면 통하는 분 아니냐, 우리 제품을 최대한 기준에 맞도록 할 터이니 이번 것은 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하여 실무자들의 검토를 거쳐 딱 1번 통과시켜 준 적이 있다.
우리는 코너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자동차는 계속 늘어날 텐데 지금 안하면 안 된다, 이를 악물었다. 당시 김형철 환경정책 국장을 대기보건국장으로 전보 발령하고 직을 걸고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강력히 추진하라고 지시하였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87년 7월 1일 출고 판매 개시할 것
둘째, 내수차든 수출차든 차별을 두지 말고 동질성을 유지할 것
셋째, 배출가스 검사 방법은 미국 차와 동일하게 할 것
넷째, 자동차업체 간 시장 점유율을 불간섭 원칙을 고수할 것
다섯째, 유연휘발유와 무연휘발유의 동일 가격제 실시
여섯째, 빠른 시일 안에 무연휘발유의 전국 주유보급체계를 확립할 것
나는 빈틈없고 깐깐한 성격의 김 국장이 꼭 해내리라 믿었다. 드디어 87년 바캉스 시즌에 계획대로 아무 무리 없이 무연휘발유 공급과 저공해자동차의 운행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나라도 저공해자동차시대가 열렸다. 우리의 저공해자동차를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때 무리하게라도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떻게 될 뻔 했는가.
수질보완
두말할 것도 없이 물이 오염된다는 것은 지하수나 용수를 통해 곡식을 오렴시키게 되는 것이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결국 해양동식물도 오염시킴으로써 결국은 인류의 생존에 크게 위협을 주게 된다. 그래서 전국 하천 환경을 본래의 상태로 복원 보전하고자 하는 목적아래, 내 자손 농산물 살리기 차원에서의 내 마을 하천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깨끗하고 쾌적한 하천 공간과 생활환경 확보에 힘썼다.
첫째, 전국의 3924개의 하천연장 30,211km를 수계별, 영향권별로 정화합은 물론, 시ㆍ도ㆍ군ㆍ면 등에 이르는 유역별 책임 정화 추진체계를 확립했다. 하천장소, 미화에서부터 하천 정화 기초시설에 이르는 3단계 계획에 의한 단계적 추진을 하기로 했다. 추진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정화추진 상황의 점검, 평가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토록 했다
둘째, 오염이 심한 하천에 대한 특별관리를 하기로 했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된 공단 직하류(直下流) 오염이 매우 심했던 하천인 대구 남천(南川), 청주, 진구공단과 이리. 예천공단 등에 폐수종말처리시설을 했다. 아울러 안양천, 광주천, 금호강 등의 하상 준설과, 대전 갑천(甲川) 등 23개 지천(支川) 정화대책을 수립했다.
셋째, 팔당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기로 했다.
넷째, 전국 폐수 배출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세재상의 지원은 물론, 방지시설 운영에 따른 전력요금 부담의 경감 방안을 강구했다.
다섯째, 해양오염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하천 정화대책과 연계해서 내륙으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입을 최소화하고, 적조 발생 피해를 예방하며, 진해, 아산만 정화를 적극 추진했다.
|
|
| ▲ 지방환경청의 '더 맑게 더 푸르게' 개막식에서 / 맨 왼쪽이 필자이다 |
|
환경관련 법령의 근본적 정비
1986년 12월 31일에 <오물청소법>과 <환경보존법> 중의 관련 조항을 병합하여 <폐기물관리법>을 제정 공포했다. 이 법은 국가나 시도지사 등이 산업폐기물의 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하여 폐기물의 불법처리를 방지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6년 12월 31일에는 <환경보존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원래 11장 70조로 구성되어 폐기물관리, 유독물질관리, 해양오영방지를 제외한 환경관리의 모든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환경관리의 다양한 요소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충분히 다양화되어 있지 않았다.
환경법규전문가의 다양한 자문을 얻어 환경보존법을 몇 개의 전문화된 법으로 분법(分法)했다. 이를테면 환경정책, 대기, 수질, 소음, 진동, 유해물질, 환경분쟁, 자연보호 등으로 구분, 각각 그 단행법으로 분류 제정토록 작업을 진행시켰다.
1986년 12월 31일에는 <해양오염방지법>을 제정하여 기름 배출 규제의 기준을 강화토록 했다.
높은 사기로 청 분위기 쇄신
청 공직자들의 사기 앙양을 위한 일도 추진했다.
1986년 7월 31일에는 지방환경청의 관사 확보와 청 의무실을 개설했다. 1986년 12월 6일에는 청내 이용실을 개설하고, 1987년 5월 19일에는 환경인의 단합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환경동우회를 발족시켰다.
개청 이후 3차례나 전세로 전전하다가 마침 현대사회연구소가 이사 간다기에 1987년 1월 12일 청사수요관리계획을 총무처에 제출 승인받아 그해 5월에 89억 원의 예산으로 동 건물을 구입해서 청사를 확보했다.
청훈과 청가 가사를 공모하여 널리 보급시켰다. 청훈은 ‘더 맑게 더 푸르게’로 제정하였는데, 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것은 대표적 환경표어가 되었다. 청가는 고 서정주(徐廷柱) 시인에게 감수를 받고, 김동진(金東振)씨에게 의뢰하여 작곡하였다. 참고로 그 청가의 일절을 여기에 소개한다.
긴 역사 우리 겨레 이어 길러 온 / 내 조국 아름다운 맑은 천지를 / 어찌 다 우리 때에 흐릴 것이랴 / 공기도 물줄기도 한결 더 맑혀 / 생명의 보금자리 되게 하오리 / 더 맑게 더 푸르게 우리들의 손으로 / 살기에 달갑도록 만들어 내자
1986년 12월 17일에 직원과 가족을 초청하여 환경시책을 설명한 뒤 다과회를 개최했고, 1987년 5월 5일엔 어린이날 가족모임을 했다. 이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약 5분간 청내 새소식 방송을 운영했다.
직원들의 여가 선용을 권장하여 산악회, 기우회(琪友會) 테니스회, 낚시회 등 친목단체를 조직하게 하여 활기찬 직장분위기를 조성했다.
여직원들의 모임을 지원하여 합창단 운영, 동양화 교습, 꽃꽂이 활동을 전개하고 연말엔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을 직원의 날로 정하고 11시부터 3시까지 각 친목 써클별로 특별활동을 실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