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든 기업이든 국민이든 간에 전반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사실 정부 자체도 60년대 제1차 경제개발계획 추진이래, 근 30년간 오로지 경제개발과 성장에만 온갖 힘을 투여해왔다. 그러므로 환경문제는 중요하지만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므로 당분간 덮어두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들이었다.
환경론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 얕잡아 치부하고 있었다.
피상적이나마 환경행정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먼저 환경학가들과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나 자신도 당면한 업무 현황을 선반에 올려놓고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두 사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 시점에서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대처해나가야겠다는 것, 정부ㆍ기업ㆍ국민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었다. 즉 정부나 기업이나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환경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확고한 인식의 전향만 한다면 누구나 걱정해온 돈을 많이 안 들여도 환경문제 60%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ㅣ.
부임 후 한 달동안 파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뜻밖에도 86아시안게임의 요트경기장인 부산 수영만이 크게 오염되어 국제경기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여론이 들꿇었다. 1986년 6월 초 현재, 수영만 요트계류장은 화학적 산소 요구량이 기준치의 8배나 넘는 등 크게 오염되어 암갈색에다가 악취가 많이 나 도저히 요트계류장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부총리ㆍ체육부장관ㆍ올림픽조직위원장ㆍ환경청장 등 관계 책임자가 현지에 가 직접 확인조사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하달되었다.
우리 조사단이 현지에 급파되었다. 부임한 지 채 1개월도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터져 어느 조사단원보다도 그 책임을 뼈아프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지, 수영만으로 흘러들어오는 수영천 일대에 악취가 대단하여 코를 막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 언덕에 불결한 양계장과 축사가 있는가하면, 썩은 찌꺼기가 강바닥에 두껍게 깔려 있어, 무엇보다도 준설이 시급했다.
이러한 광경을 보자 이런 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살까, 더욱이 자라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만약 이 지대의 오염이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다 해도, 86아시안게임이 개최되지 않는다 해도, 그 86아시안게임의 개최 여부에 앞서 주민들이 생활에 당장 위해가 된다는 것을 나는 그 책임자로서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조사가 돌아오기가 무섭게 개선에 착수했다. 우선 부산시와 제휴하여 수영청 입구에 있는 <태창목재> 방파제를 완전 철거하여 수영천의 오수가 바로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수영천의 하상(河床) 준설사업을 하는 한편, 주변기업체에는 폐수처리장은 만들게 하고, 가정마다 정화조를 만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동백섬에다 임시 계류장을 신설하여 선수들의 연습장으로 활용케 하고, 대회 기간중 태풍 등으로 인한 기상변화가 있을 시는 이 동백섬의 임시계류장을 활용케 했다. 불철주야로 86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전력투구를 한 결과 불과 2개월 만에 수영만은 놀랄만큼 수질이 개선되었다. 계류장의 수질은 전혀 악취가 나지 않고, 1미터 80센티까지 바다 밑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다.
수질의 기준치가 하루 중 가장 나쁜 때가 간조(干潮)때 측정하는 것인데, 그 간조 시에도 부산시 합동조사반이 측정한 수영만의 수질은 양호했다. 즉, 수소 이온 농도는 7.8ppm을 기록하여 기준치인 6.5~8.5ppm에 들어가 있고, 부유물질도 기준치인 25ppm을 크게 밑도는 8.5ppm에 머물렀다.
이리하여 현장을 둘러보고 이 사실은 확인한 박세직(朴世直)체육부 장관 겸 서울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정채진(鄭埰鎭) 부산시장, 성용욱(成鎔旭) 감사원 사무총장 그리고 내가 참석한 자리에서 마침내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수영만 계류장을 예정대로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 수영만 수질개선방안에서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원초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데,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였다. 안고수비(眼高手卑)요, 혀끝으로만 천하를 들었다 놓았다 하지만, 발로 뛰지 않는 것이 우리 공직사회에는 큰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위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라니라 불과 두 달 만에 경이적으로 수영만을 되살렸다는 긍지와 환경정화가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는 자신을 얻었다.
나는 성공적인 수영만개선사업의 경과와 나의 업무파악의 진전에 따라 국무회의 등 정부 내의 각종 회의와 행사, 많은 대외적인 만남 등에서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다음 네 측면에서 강조했다.
첫째, 미래 인력의 경쟁력 차원에서 먼저 환경문제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당분간 괄호 속에 닫아 두고자 하지만, 경제의 심도 있는 성숙된 성장발전을 위해서 오히려 환경문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환경의 중요한 요인은 자본과 기술과 인력인데, 그중 인력문제는 50년이나 100년 뒤의 인력자원도 생각해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 50년이나 100년 뒤의 인력은 오늘날의 어린이들인데, 그 어린이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공해 속에서 찌들어 자란다면 우리는 50년이나 100년 후의 인력경쟁에서 실로 심각한 문제를 자초하게 된다고 했다.
덧붙여서, 옛날 우리가 시골에서 소를 먹이러 다닐 때 온 나라가 절대 빈곤이 문제였지만 산골짝의 물을 움켜 마셔도 배탈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 절대 빈곤 해결되었지만, 부의 축적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우리들과 우리들 후손들의 건강을 헤치니 이 아이러니를 어찌할 것인가? 오랜 역사동안 유산으로 물려받은 절대 빈곤을 해결한 오늘이 우리 세대의 자긍심이 결코 아이러니를 방치해 둘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둘째, 국방문제와 동일한 차원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국방의 목적은 외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러기에 매년 막대한 국방예산이 이를 위해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외부의 적에 못지않게 내부의 적이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부의 축적과정에서 즉, 내부로부터 나오는 오염물질이 국토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드디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危害)한다면 아무리 국방이 튼튼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환경문제는 국방문제와 동일한 차원에서 예외적인 대처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셋째, 과학기술과 관련하여 지금까지의 경제성장과 그 발전은 오로지 현대 과학기술이 가져온 결정(結晶)이다. 그러나 환경오염문제도 따지고 보면 그 과학기술에서 빚어진 부산물이고 이를 공해라 지적한 것도 과학기술이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의 건의를 선선히 받아들이면서도 유독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인색하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넷째, 기업의 공해방지 시설과 관련해서 오늘날 많은 기업체의 공장에서 오염물질과 폐기물질을 시도 때도 없이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정화처리하지 않으면 생산 원가는 다소 절감이 될지 몰라도 그로 인해 나오는 오염물질이 모여 물과 공기를, 나아가 국토와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어찌 한 기업의 생산비절감과 견줄 수 있겠는가!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물건을 좀 비싸게 사는 한이 있더라도 공해처리비는 비용으로 부담하는 것이 숫제 현명할 것이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채소, 곡식 등을 생장시키는 약 200만종에 달한다는 박테리아가 오염되고, 이들 오염된 박테리아에 의해 길러진 채소와 곡식 등은 우리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의 사람들은 이 오염된 물질이나 채소, 곡식, 과일 등을 안 먹을 수도 있다. 그들은 설악산이나 제주도의 무공해 식수를 사서 마실 수도 있고, 시골 농부에게 무공해 식품을 재배시켜서 가져와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시도 안 마실 수 없는 저 공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문제는 정부, 기업인,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이의 해결에 과감히 나서야 하는 ‘미래학(未來學)’이요, ‘생명학’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나는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주장하고 다니자 어떤 이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주착이라 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나의 이 같은 행동과 주장에 동조해주는 편이 더 많았다.
나는 이 네 관점에서 업무방향을 설정해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