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야학 운영
1960년대의 한국사회는 어디를 가나 빈곤에 허덕이는 시대였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어린이들이 많았다. 광주 신학대학은 광주와 송정리 중간 쌍촌동이라는 곳에 있었는데, 주위 마을 사람들은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가정이 많았다,
이런 사정을 알고 학교 측에서는 이웃에 있는 미진학 학생들을 모아 중학교 과정을 가르쳤다. 학교 한편에 블록으로 교실 두 칸을 짓고 한 칸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고, 한 칸은 교무실로 사용했다. 주위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다.
교육과정은 중등교 과정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해주는 단계였다. 학생은 남녀공학으로 40명 정도였다. 학생들은 들쑥날쑥 나이차이가 심했다. 그러나 학업 분위기는 진지했고,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봉서해주었다.
교사들은 신학교 4학년 이상으로 자원봉사 지원을 받았고, 일부는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도와주었다. 신학대학에서 재정은 충당해주셨다. 지도 신부님이 한분 계시고 그 밑에 교감과 서기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과목선생님들로 구성되어 학교가 운영되었다.
이때 봉사해주신 선생님들만 해도 10명이 넘었다. 나는 이곳에서 2년간 교감 직을 맡아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점검했고, 교사들을 관리했다.
나는 수업은 맡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결원이 생길 때마다 땜빵으로 바빴다. 사실 내 공부하기도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 일만은 보람을 느끼며 봉사했다.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보람은 두 배로 컸다.
이렇게 2년을 봉사하고 부제 때 다른 학사님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졸업을 했다. 지금은 야학이 없어졌지만 그때에는 배움에 굶주리는 학생들에게는 큰 희망이 되어주었다고 자부한다. 그때 야학생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돼지막사 청소 아르바이트
신학교 3학년 때였다. 장계본당 내에는 신용조합과 양돈조합이 있었다. 나는 본당 신부님의 허락을 받고 여름방학 때 양돈조합에서 돼지우리를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돼지우리는 성당 텃밭 뒤쪽에 있었다. 축사는 10동이었는데, 1동에 두 마리씩 넣어서 길렀다. 이곳에서 청소를 했다. 낮에는 더우니까 지붕에 물을 뿌려주는 일을 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3동씩 교대로 축사 청소를 했다.
축사 청소는 배설물을 치우고 물청소를 해주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할만 했다. 이렇게 깨끗이 관리되니 우리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남을 의식해 창피하다거나 부끄러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본당 신부님이 지켜보시고 나의 근면성에 좋은 점수를 주었다. 방학이 끝나고 본당 신부님이 두툼한 용돈을 주셨다. 내가 한 학기 용돈을 쓰고도 남을 돈이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한 학기 내내 지갑이 빵빵했다.
그런데 그때는 돈사에서 청소를 하면서 냄새를 몰랐는데, 지금은 병적일 만큼 냄새에 민감하다. 돼지 삼겹살은 정말 좋아하지만 돈사의 냄새는 죽을 만큼 싫다.
구국 철야기도회
당시는 유신독재로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갈 길을 잃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유신독재 타도로 전국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데모가 일어났다. 광주에서도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에서 데모가 일어나 투석전이 벌어졌다. 이 일로 학생들이 다치고 체포되는 등 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3선 개헌 때가 제일 심했다. 우리 반 부제들이 의기투합하여 삭발데모를 주도하여 전교생이 삭발한 일로 부제반과 학교 측과의 불편한 관계도 있었다. 그때 기도회 강론은 내가 맡았다. 이 일로 인해 학교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주교님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당시는 정의가 두려움을 앞서게 했던 청춘이었다. 모순과 불의의 시대 한 복판에서 국가와 역사 앞에 당연히 고민해야 했고 지금 돌이켜보아도 후회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