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전도대의 유래를 간단히 소개하면 토마스라는 영국인 선교사가 지금으로부터 130여년 전, 즉 1867년 한국에 와서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올라와 선교 활동을 하려다가 순교하신 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토마스전도단을 조직하여 일선에 나가 직접 전도 집회를 하기도 하고 본부에서는 토마스전도단 회지도 발간하는 등 활발한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전도단체다.
수일 후 예정대로 일행은 황해도 옹진 방면으로 출발을 하였다. 지금은 옹진 방면이 북한 땅으로 되어 있지만 당시 6.25 전쟁 전에는 남한 땅으로 되어 있던 곳이다. 전도대가 순회 집회를 한 곳은 연백 지방과 옹진 지방, 그리고 백년도 지방이었다. 전도 방법은 어떤 교회를 정하고 수일간씩 부흥 집회를 하는 형태였다. 내가 맡은 일은 찬송 반주를 밴드로 하고 찬송 지도를 하는 일이었다. 밴드라고 해야 트럼펫, 트럼본, 클라리넷, 드럼 등 4인조 정도였다.
밴드의 숫자는 적었어도 시골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인기가 대단하였다. 때로는 서커스 모양 시골 동리를 집회 전에 한 바퀴씩 돌면서 집회 예고 연주를 할 때면 동리 소년들은 있는 대로 모두 따라다녔고 부흥 장소는 가는 곳마다 메어 터질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결신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백년도 집회였다. 백년도는 섬이라서 그런지 위도에 비해서도 그렇고 해양성 기후 관계로 육지보다 평균 기온이 약 5도 정도는 따뜻한 편이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난로를 피우는 교회가 없다. 그러므로 새벽 기도회 때에는 모두들 흰색 보자기 같은 요를 하나씩 뒤집어쓰고 나와 앉아 예배를 보는 모습은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어떤 동네는 주민 100%가 예수를 믿기도 하는 것은 나의 자랑거리로 되어 있었다.
나는 약 1년 동안 전도대를 따라서 많은 곳을 다니며 내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덧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 봄이 돌아왔다. 전도도 중요하지만 내가 월남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는 기회를 보아서 김락현 장로님에게 이제 그만 서울로 올라가서 음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협조를 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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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1935년 5월 12일자에 실린 계정식 바이올린 귀국 독주회 사고 / 계정식(1904.-1974. 바이올린 연주자, 교향악단 연주자)은 당대 음악계의 거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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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로님께서는 황해도 재령 명신학교 교장을 역임하시다가 월남하신 분이라서 제 뜻을 선뜻 순수하게 받아주시고 당신이 잘 아신다는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계정식 박사에게 소개장을 써 주겠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였다.
즉시 소개장을 받아 들고 서울로 올라와 명륜동에 계시는 계정식 박사를 찾아갔다.
계정식 박사께서는 반갑게 맞아 주면서 무엇을 전공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신천 서부교회에 다닐 때 성가대에서 하이테너 파트를 맡아 4중창을 한 경험이 있고 또 동경에서 성악공부를 하신 성가대 지휘자 황 선생님에게 성악 레슨을 잠깐 받은 경험이 있어 성악 공부도 하고 싶고 또 지금까지 연주해 온 클라리넷으로 출세를 하고 싶기도 하여 두 가지를 모두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계 박사님의 말씀이 성악 공부를 하려면 음악학교를 가야 하고 클라리넷을 전공하려면 당시 고려 교향악단에 입단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그래, 나는 학교에서 정식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성악 쪽을 선택하였다.
당시에는 두 개의 음악학교가 있었는데 하나는 서울음악전문학교이고 또 하나는 경성음악전문학교였다. 서울음악전문은 그때 당장이라도 입학이 가능하나 경성음악전문은 약 3개월 기다려야 입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당장 급하기에 서울음악전문학교로 가는 추천서를 얻어 가지고 입학 수속을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소질을 타고나는 것 같다. 그 소질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른데 어떤 사람은 예능계 소질을 타고나고 어떤 사람은 체능계 방면의 소질을 타고난다. 그 소질의 종류를 여기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그 소질대로 삶의 목표가 정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나는 아마도 예능계 소질을 타고난 듯하다. 내가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소고(작은 북)를 칠 사람이 필요하여 뽑는다고 아이들에게 모두 한 번씩 소고를 쳐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쳐본 경험은 없었지만 내 차례가 되어서 선생님이 치라는 장단을 즉석에서 그대로 쳐서 뽑혔던 일이 있다.
내가 자라나던 그 시절에는 지금과 같이 예능 과외라든가 특별 지도 같은 것은 전혀 없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타고난 소질에 의해 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손쉬운 하모니카 불기를 좋아했고 이웃 사람이 치는 기타 소리에 매혹되어 기타를 즐겨 쳤고 또 관악기 나팔 등을 손쉽게 잘 불었다. 이런 것이 아마도 남달리 음악적 소질이 잠재하고 있었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모든 분들이 다 그러했듯이 나의 부친께서도 내가 음악 하는 것을 극히 반대하시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친의 눈을 피해가면서 틈틈이 음악을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드디어 그렇게도 내가 하고 싶던 음악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는 그때까지는 특별한 음악교육을 받지는 않았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대로 음악을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 어느 정도라는 선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위해서 음악학교에 나가 음악에 대한 모든 기초적 학습을 시작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