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을 펴내면서
이제 내 나이 내년이면 희수(喜壽)가 된다. 희수는 77세를 칭하는 말이다. 고희 때도 장수한다고 분에 넘치는 축하연을 한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또 지났다. 그야말로 세월은 유수와 같고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금년은 나에게는 또 하나의 더 없이 기쁜 해이다. 그것은 우리 내외가 결혼한 지 60돌이 되는 회혼(回婚)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회갑을 기념해서 여행기 ‘좁아지는 세계’ 제1집을 발간했고, 고희를 기념해서는 ‘사진으로 보는 세계여행’ 전, 후편을 발간했다. 그렇다면 이 회혼을 맞이해서는 무엇으로 기념할 것인가를 생각했고, 그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 그동안의 일생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막상 집필을 하려고 하니 내가 고관대작을 지낸 것도 아니고, 위대한 명인도 아니어서 회고록에 기록할 특출한 행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러 과연 기록을 하고 책을 내놓아야 하는가 하고 여러 번 망설이게 되었다. 그러는 나는 내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이 있었다는 것을 후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어려서 자라나던 때의 일들이나 특히 무엇을 했던 시기와 날짜 등은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아 16세 때 만나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온 아내와 같이 옛일 들을 떠올리고 기억을 되살려가며 노력하였다. 그렇게 이 글을 쓰면서 지난 날 고생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몇 번이고 눈시울을 적셨다.
나는 두메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한민국 으뜸가는 서울에 와서 말년이나마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이솝우화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지난날을 기억하면서 개미 같은 인생살이를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47세의 한창 나이에 그 편안하던 교육자의 길을 박차고 노후생활을 위해 사업의 길을 자청했던 때의 일은 참으로 용감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그러한 결단과 고생 길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기도 했다.
더욱이 내 인생 길에서 세계 60개국을 여행하면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은 그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산교육이자 체험이었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가지 일만 하다가 가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하겠지만, 나는 예술가의 길도 걸어보았고, 교육자의 길도 걸어보았고, 그리고 사업가로서 금융인의 길도 걸어보았다. 또 신앙인의 길을 걸으며 이 사회에서 크고 작은 많은 사회 단체장을 맡아보았다. 그야말로 쓴맛 단맛을 본 다방면의 산 체험을 하고 내 나름대로의 무한한 행복을 누리는 인생살이였다고 생각할 때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더욱 감사한 것은 자식 6남매, 그것도 3남 3녀와 손자 7명, 손녀 5명 등 모두 18명의 자손이 건강하고 건전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 가문에 커다란 축복이라고 자부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가식 없이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이 글을 쓰게 된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이 세상에 널리 공개하기보다는 나의 직계가족 후손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책은 극히 소량의 한정판만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 회고록은 지금 76세 나이인 내가 직접 초안을 쓰고 다듬었다. 내가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성하였다는 점에서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컴퓨터의 종류는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95 한글97이고, 화보 사진은 앱손 시타일루스 칼라 복사기와 앱손 스캐너(칼라사진 전사기)를 사용하였다.
이 컴퓨터 기계들의 조작법은 셋째 아들 희경이가 많은 조력을 하여주었고, 문장 교정은 셋째 딸 금희가 초반 부분을 약간 보아주어 내용이 다소 부드러워졌으나 대전에 살고 있는 관계로 끝까지 봐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또한 컴퓨터 자체 프로그램에서 해주는 맞춤, 교정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미비한 점이 많으리라고 본다.
아무쪼록 끝까지 정독하여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무엇을 하며 지냈다는 것이 윤곽적이나마 전달되었으면 한다.
저자 강상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