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관련 기념사업은 나로서는 필생의 봉사였다.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한 참전 군인들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한국이나 오늘의 내가 없었으리라 생각하며 시작된 일들이었다.
1950년 여름의 석 달, 수시로 찾아오는 인민군과 내무서원의 위협을 무릅쓰고 버티어낸 가을날, 국군과 유엔군은 꿈처럼 찾아왔다. 아버님은 지하에서 해방되었고, 우리 가족은 가슴 졸이던 나날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때를 돌아보며, 자유를 찾도록 도와준 이들에 대해 보은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자유를 얻게 된 자로서의 사명인 동시에 채무였다. 그리하여 캔자스에서 한국전과 관련된 일련의 기념사업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내가 캔사스대학(KU)을 방문해서 유감스러웠던 일은 캠퍼스에 1,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참전기념관이 있지만 한국전쟁 참전 기념관이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전쟁을 몸으로 겪은 나로서는 소외되고 잊혀져 가는 고국을 보는 듯했다. 한국전 기념탑은 근 10년째 건립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로버트 헤민웨이 (Robert Hemenway) 총장도 아쉬워했다.
“60명의 동문, 학생과 교수들이 한국전에서 전사했습니다. 한국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명예를 기리며 한국전을 묘사하는 기념판을 포함해서 기념비 건립에 30만 불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의 재정 모금이 충분치 않아 건립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2003년 6월 총장을 만나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에 필요한 기금 중 3만 불을 우선 지원했다. 그때 총장으로부터 한국전 기념비 건립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받았다. 그래서 기금 조성을 위해 한국 내 동문들 및 여러 사람들을 만나 기념비 건립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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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참전용사 기념탑 제막식에 참석한 KU 졸업생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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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한인 커뮤니티와도 협의하도록 주선하면서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 나가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동분서주한 결과 2005년 4월에 비로소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제막식은 4월 16일에 거행되었다. 캔자스, 미주리, 네브래스카 주에 살고 있는 참전 용사, 한인회 관계자들과 한국에서 온 동문들, 그리고 데니스 무어(Dennis Moore) 하원의원, 로버트 헤민웨이(Robert Hemenway) KU 총장 및 학교 관계자와 언론사 및 학생 등 5백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헤민웨이 총장은 개회사에서 감격을 전했다.
“한국전 기념비 제막 프로젝트는 그동안 부족한 재정과 모금액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었지만 기념비 제막을 위해 김영렬 회장의 노력과 지역 한인 여러분들 그리고 한국의 캔자스대학(KU) 출신 동창들, 관련 기관 및 모금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중략)…… 한국의 민주주의, 자유, 그리고 평화를 위해 희생한 참전 용사를 위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캔사스 대학에 제막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이날 기념비 제막식 개회사에서 나는 감회를 밝혔다.
“한국전 당시 열두 살 나이의 소년이었던 나는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았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에 참여한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으로 순직한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기리는 일에 한국인으로서 의무감을 느끼며, 보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습니다.”
한국전 기념비 건립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캔사스대학에 한국전쟁 참전군인 기념비 건립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보람된 일인지 모른다. 10여 년을 끌던 참전 기념비를 추진한지 1년 만에 완공하며 나는 마음으로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느낌이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후손들에게 길이 기념비로 남겨지게 된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나는 기념비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의 보람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