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서는 기내식 자재로 들어가는 S.S Flat Ware, S.S 커피포트를 제조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한국을 방문해 관련 회사를 수소문해 보았다. 하지만 미국 바이어의 수준에 맞는 제품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차라리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미래 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한국 사회의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QMD Korea 관할 하에 부산에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TWA는 물론 유나이티드(United), 델타(Dalta), 팬암((PanAm), 노스웨스트(Northwest) 등의 항공사에 들어가는 필요한 기내 아이템(Inflight Item)을 전부 공급하게 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항공 산업이 적자 경영으로 돌아가면서 기내식 서비스가 줄게 되고 기내식 자재 수요 또한 줄어들면서 회사도 여파를 받았다.
항공사에 납품했던 서비스 물량을 줄이면서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을 출시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피해 가는 전략보다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인 가전제품 부품 20여 종을 제조하게 되었다.
때로는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미 수주를 받아 도착이 되었고, 일부 회사에 납품이 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킴(Kim) 부사장과 나는 급히 문제가 되는 제품을 수거했다. 제조과정에서 고리위치가 정확하게 맞지 않게 되면서 생겨난 문제였다. 적은 오차지만 우리 부품이 바이어의 기계에 정확히 맞지 않았다. QC(품질관리)가 미비했던 것이다. 클레임 수량에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여섯 컨테이너?”
돈으로 하면 환산하면 50만 불 가량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할지 잠시 헝클어진 마음을 수습했다. 우리는 다시 본사로 와서 한국 공장에 직접 전화로 지시했다.
“당장 작업을 중단하라!”
그리고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그간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전혀 발생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하자 발생이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면 사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QC를 위해 제품을 생산할 때 측정, 평가해서 ZD(Zero Defects)가 될 수 있도록 생산라인에서의 품질 하자 발생을 없애는 방안으로 믹서 볼 측정기를 제작하도록 의뢰했다.
인근 지역의 바이어들이 수시로 제품을 가져가도록 오하이오 주 그린빌에 우리 회사(QMD)의 자재 창고를 설치해 두었다. 다행스럽게도 남은 재고가 있어 일단은 큰불은 막았다. 불량품을 반환시킨 회사는 직접 담당자를 만나 신속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계속 수주를 받는 조건을 확정했다.
|
|
| ▲ QMD 부산 생산공장을 방문한 월풀 바이어들과 함께 |
|
사태를 일단락 수습하고는 한국으로 날아갔다. 작은 문제를 방치해두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항상 큰 사건은 작은 문제에서 발생하고, 경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 즉 인재라고 보면 된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CNN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한국에 공장 시찰차 자주 나가는 편이어서 이후에도 무너진 성수대교를 직접 보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이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무너지기까지는 숱한 징조들이 보였을텐데, 사전에 충분히 조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안전대책에 둔감했다면 그것은 명백히 인재라고 봐야 한다.’
나는 현장의 전무와 공장장을 해임시키고, 품질 개선의 혁신을 기했다. 그리고 측정기를 공장에 두어 사전에 ZD(Zero Defect)가 되도록 품질 개선에 최선을 다하도록 직원들에게 엄히 당부했다.
우리 회사(오사이는 1970년 중반부터 홍콩 에이전트를 통해 중국 중산(中山)의 제조 공장에 하청을 주어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주요부품을 제조해 수입했다. 또한 미래의 비전을 보면서 아시아 무역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2008년에는 하노이에 베트남 지사를 열었다. 2011년에는 김해에 신홍 공장을 인수해서 신홍 QMD STEEL을 열었다.
한국에서 공장을 시작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사람이 김학길 사장이다. 그는 초창기 구매 에이전트로 시작해서 QMD KOREA 사무소장을 맡아서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사업을 총괄해온 우리 회사(QMD)의 산증인이다.
|
|
| ▲ QMD 부산 생산공장 좌로부터 조병용 사장，필자，kim 부사장，김학길 사장 |
|
책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해온 그가 있었기에 오늘의 QMD KOREA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회고록을 쓰면서 오랜 세월 QMD 가족으로 믿음을 준 김학길 사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국산 인공피혁 제품을 미국 시장에 최초로 소개했고, 한국산 도자기를 미국 FDA에 최초로 승인을 받아 일본산 제품을 밀어내고 미국 주요 항공사의 기내식 자재로 납품했다. 한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고 한국산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을 수출해서 미국 현지에 공급하게 된 일 등은 나름대로 무역구국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가난했던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나름 자부를 하고 있다. 나 역시 I960년대 미국 시장에 최초로 조국의 상품을 개척하였으며 수룰 업무를 함께한 사업가들이 있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나라 잃은 상해 뒷골목의 어린 아이가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온 결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