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과 ‘허세 장관’ (95회)
  제13장 남편의 외교통상부장관 시절

6월 초 9박 10일간 대통령의 미국공식 방문 시 그 이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떠나기도 전에 한 가지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한·미 외무장관이 항공협정과 범인인도협정에 서명하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범인 인도협정은 박상천 법무장관이 서명을 하겠다고 해서 생긴 일이었다. 들려온 말에는 워싱턴의 주미 대사관에 파견된 한 법무관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사건이라고 했다.

외교부의 조약국장이 그것은 국제관례가 아니라고 반대를 했더니 검사들이 조약국장을 벼른다는 소문까지 돌아서 한때 분위기가 험해지는 듯 했다. 국정원장도 모양새가 나쁘다고 대통령께 직접 의견을 개진했고 대통령도 수긍을 했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주장은 캐나다와 호주와의 범인인도 협약은 외무장관이 가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장관이 서명을 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외교부 장관이 가니까 두 가지 조약에 대한 서명을 두 장관이 각각 한다는 것은 웃음꺼리가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후 무슨 연유에서인지 대통령의 재가가 나왔다고 해서 법무장관도 같이 참석을 하게 되었다. 백악관 서명장소에서 그 이가 항공협정에 서명을 하고 일어나려고 하니까 올브라이트 장관이 ”Chung Soo, you have one more to sign(정수, 한 가지 더 서명해야 해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 한국은 두 장관이 각각 서명한다는 사실을 국무성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동문인 올브라이트 장관과 그이는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이로서 첫 이름을 서로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클린턴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장관이 구면인 그 이를 보더니 ”Oh, Georgetown!"하며 반갑게 인사하더라는 것을 보면 미국도 학연을 통한 유대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또 다른 예로서 올브라이트 장관이 지난 5월 초 한국방문을 마치고 가서 6월 17일 뉴욕의 Asia Society 만찬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As was evident to me during my visit to Seoul, where I did make great friend with the Foreign Minister....  We had Georgetown in common and many other things, and we did hit it off immediately(서울 방문기간에 외교부 장관을 친구로 만든 것이 나에게는 분명했듯이........우리는 조지타운 동문이며 많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즉시 뜻이 통했다)”.
 
▲ 한미항공조약체결 서명식 / 백악관에서
  
▲ 동아일보 (1998. 6.8.)

법무장관의 서명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의 김철 대변인은 “국민회의가 국내정치뿐 아니라 국제관계도 막가파식으로 밀고 나간다”며 “‘실세’ 법무장관이 ‘허세’ 외교부장관의 고유권한인 국제조약 서명권한을 박탈했다”고 비아냥거렸다. 김철 대변인은 이어 ‘양보한 외교부장관도 문제가 있으니 대통령은 두 장관을 꾸짖어야 한다’는 논평을 했다.

동아일보의 시사주간지  News+의 6.25 날짜에는 ‘실세인 법무장관이 외무의 고유 권한을 박탈한데 대해 외통부 내에서는 외교부장관이 고집하지 않고 양보한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양보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동정파로 나뉘어 말이 많다’는 내용으로 기사화되기도 하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다. 정작 장본인인 그 이는 자기가 허세 장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무조건 시끄러운 것이 싫다고 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대통령 일행이 귀국했을 때 비행장 기자 회견장에서 기자들은 개각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자기도 ‘준비된 대통령’인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다르더라고 하며 3개월 밖에 안 된 장관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대답하고 “외교안보팀은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YS가 임기 5년간에 140명의 장관을 배출했다고 마구 비판한 언론은, 새 내각이 출범한지 3개월도 안되어서 개각설이 있다는 기사를 썼다.

한국 언론은 툭하면 개각을 부추기고, 개각하면 또 개각의 빈번성을 성토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이것은 한국만의 기현상인 것 같다. 국가원수가 언론의 영향을 받아서 수시로 개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이야말로 전문성을 가진 장관을 배출하기 힘든 나라이다.

장관이 1년만 근속을 해도 교체될 때가 되었다는 등, 장기근속이라는 등 부추기는 언론도 전문성을 가진 장관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공신 중의 하나는 아닐까?  

6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경제부처를 질책하고 외교안보팀은 방미 중 많은 것을 끌어냈다고 추켜세워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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