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와 김천 시장 공천 (...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 특사

95년 정월 초하루에 있을 부라질 대통령 취임식에 그이가 특사로 가게 되었다. 외무부가 얼마 전에 다른 나라 특사로 다녀온 문정수 의원 이름과 그의 이름을 함께 청와대에 올린 이유는 그이가 낙점되도록 하기위한 한승주 장관의 배려인 것 같다고 그이가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12월 말에 떠났다.

서울에서 L.A.까지 12시간, L.A.에서 Sao Paulo까지 13시간, 그곳에서 수도인 부라질리아까지 2시간이 걸리니 몹시 피곤한 여행이었다. 천도한 부라질리아는 쌍 파울 보다 한적했으나, 수도를 이전한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취임식 날 변정현 주 부라질대사 내외와 같이 연회장으로 갔다. 대사부인과 나는 한복을 입고 갔다. 신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관건이 되었다고 들었다. 인물도 잘 생겼고 영어 구사력도 대단했다.

그 날 주변 남미국가의 전, 현직 국가원수들도 여러 명 참석해서 나는 부인들과 환담하는 동안 그이는 그들과 사진도 찍고 환담할 기회도 있었다. 그이는 돌아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멕시코의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말솜씨뿐 아니라 아는 것도 많은 것 같다는 평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서 취임식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날이 정월 초하루여서 변 대사관저에서 떡국 대접을 잘 받았다.

귀국길에 쌍 파울에 들렸다. 의류점을 하는 교포들 상점을 직접 방문했고 저녁에는 이면주(李冕周) 총영사 내외가 교포대표들, 영사관 직원들을 한자리에 불러서 저녁대접을 했다. 그들은 그 지역사정을 알려주면서 한국정부가 브라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김성민 교민회장은 특히 한-브 관계증진을 위해 김영삼 대통령의 방문을 실현시켜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한국 의류 상인들은 그 당시 사업이 잘 되어서 풍요롭게 보였다. 그러나 후일 한국의 IMF파동의 여파가 그 곳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천 시장 공천 문제

지자제 선거법 이후 1995년 첫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있는 해였다. 공천여부는 지역에 따라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김천에서는 고정환 전 김천시장, 이인하 전 김천 부시장, 이성우 박사(의사), 박팔용 도의원 이렇게 4명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고 시장은 외지인이어서 별문제가 없었으나 나머지 세 사람은 우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박팔용 도의원은 20대부터 남편의 비서관, 당 사무국장을 지낸 후 민자당 공천으로 도의원으로 진출하기까지 친동생 같은 사이였다. 따라서 연령상 박 도의원은 다음에 출마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을 해서 연령도 지긋하고 행정적 경험도 있는 이 부시장을 그이는 마음에 둔 것으로 알았다.

일단 지구당 사무실로 네 후보를 불러서 공천문제를 의논했다고 한다. 박 도의원만 공천 없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자고 주장했으나 나머지는 공천을 원했다. 그 후의 일은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이 부재중 이성우 후보가 전화를 해서 공천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서 박팔용 의원은 그이 생각과 같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고 이번에는 이 부시장이 공천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이 말에 의하면 4명 가운데 이 후보의 경기, 서울의대라는 학력이 화려해서인지 중앙당에서도 몇몇 의원들의 부탁전화가 빈번했고 우리지역구에서는 알아주는 김천고등학교(송설) 동문회의 압력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우리 후원회 회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 후보가 낙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자기도 마음이 내키는 결론은 아니라고 했다.

골치 아픈 일이 너무 많았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 이상 묻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공천에서 탈락한 세 후보가 연대해서 박 도의원을 무소속으로 지원해주기로 결정함으로써 당의 공식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의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었다. 그쪽도 우리도 본의 아니게 상호비방으로 치달아 선거전도 혼탁해졌다. 위원장이 이 후보로부터 돈을 받고 공천을 하게 되었다는 무소속 후보 측의 흑색선전을 듣고 나는 죽고 싶을 정도로 기가 막혔다.

금전문제와는 평생 거리가 먼 그이에게 그런 누명을 뒤 집어 씌우다니........ 애당초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으니 선거자금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이 후보는 막상 공천을 받은 후에는 당연히 당선될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돈도 안 쓴다는 불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우리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체면이 선다는 생각에 그이는 나에게도 여유 돈이 있으면 갖고 오라고 했다. 그런 사람인데 그런 억울한 말을 듣다니. 억울함을 넘어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