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
남편의 고향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가르면서 구름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자락, 경상북도 서부에 위치한 김천이다. 빼어난 경관과 물맛으로 예부터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명승고찰 직지사로도 유명하며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로 이동인구가 많아 야당성향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어느 해인가 일간지 조사 결과 전국에서 살기 좋은 지역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배우자의 고향이라고 하니, 아니 그이가 태어난 곳이라고 하니 나도 애정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이는 10여 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김천에 가더니 경상도에서 제일 먼저 시로 승격된 김천이 전혀 발전되지 않았다고 실망하고 돌아왔다.
낙후된 김천.금릉군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지역발전과 고용창출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동네 가로등에서 마을마다의 경로당 짓기, 도로포장에 이르기까지 다 신경을 써야했다.
도로보장이 웬만큼 달성된 후 그는 고용창출을 위해 공단을 유치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대구와 구미에 보든 공단이 몰려 있는데 어떻게 김천으로 공장을 유치할 수가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이는 해냈다.
1988년에 김천 대응동에 40만평 규모의 공업단지를 착공해서 1990년 1월에 완공, 농기계 등 경공업공장 설립으로 만 명의 직접고용과 4만 명의 간접고용의 효과를 거두었다. 코오롱 외 11개 업체가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1991년 2월 시작한 20만평 규모의 2차 김천공단의 준공식이 1993년 10월 31일에 있어서 나도 내려갔다. 그 날 그렇게 기뻐하고 흐뭇해하는 남편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롯데 햄, 롯데 우유 등 여러 업체가 들어서게 되었다. 3차 공단조성도 그 자리에서 약속했다.
김천의 어떤 사람이, 의원님은 공단이 조성될 위치를 사전에 알 수 있으니 그 주변에 과수원이나 땅을 사두면 노후에 전원생활 터전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남편에게 그 말을 전달하자 나를 무척 나무랐다. 자기는 한 평도 땅을 살 생각이 없으며 설령 정당하게 마련한다고 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말라고 단호히 꾸짖었다. 노후에 김천에서 살고 싶으면 그때 가서 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이가 지금까지도 도덕적으로 청렴하다는 평을 듣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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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구인 구성 직강공사장을 둘러보고 있는 박정수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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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20일 조간에 7년 근속공무원을 7, 6급으로 승진시킴으로써 6000여명을 구제한다는 행정쇄신 위원회 결정이 발표되었다. 이것은 김천 보건원들이 7년이 아니라 20년을 근속해도 8급에서 동결되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숙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참으로 기뻤다. 실은 5년 전부터 보건원들이 같은 여성으로서 나에게 호소를 해 와서 총무처에 진정서를 보냈다.
그런데 운이 좋게 몇 달 전에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박용학 회장이 조지타운대학교 석좌교수가 되는 행사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최창윤 총무처장관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때 보건원들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런 부당한 공무원법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을 했는데 잊지 않고 최 장관이 챙겨준 것이다. 그이가 최 장관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 결국 우리지역 보건원들의 문제제기로 다른 지역의 공무원들도 덩달아 그 덕을 보게 된 셈이 되었다.
그런 발표가 있은 지 3일후 김천으로 내려가서 33명의 보건원들과 자축오찬을 했다. 모두들 사기가 올라서 우리도 흐뭇하고 보람을 느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우리지역구의 문제제기로 다른 지방에서도 그 혜택을 받은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78년 교육공무원 가운데 6개월간 교원자격을 위해 학원에서 일정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아 불만이라는 진정을 무소속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던 때 받았다. 마침 내가 9대 국회 문공위원이어서 문교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결과 신속히 해결되어서 그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교사들이 혜택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다음해 8월 30일에는 27억 공사인 김천시 평화동 육교준공식이 있었다. 이 육교는 보통 육교와는 달리 지붕까지 있는 가장 큰 규모로서 길이가 240m, 폭이 4m 되는 육교이다. 이것은 선거운동 기간에 평화동 주민들과의 대화모임에서 나온 민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김천역 앞에 구름다리가 절실한데 규모가 워낙 커서 예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날 유세장에서 선거공약에 포함을 시켰다. 나로 인해 거론이 된 일이어서 선거 후에 계속 그이에게 상기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가 선거공약을 지키게 된 날이었다. 이런 일은 많지만 아직도 기억에 새로워서 여기에 적는다.
어깨 너머로 들은 일들 가운데 김천 구성면에 직강공사로 20만평의 농공단지를 조성한 일, 60억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김천시와 금릉군의 간선도로를 확장한 일 등이 머리에 떠오른다. 김천이 도시의 면모를 구비하기 위해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외국 관광객들이 유숙할 수 있는 고급 호텔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을 여러번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