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kland를 출발한지 딱 1주일 만에 Hawaii 진주만(珍珠灣)에 입항했다. 역시 해군 군악대가 나와 환영해 주었고, 모처럼 배가 정박해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자니 단잠을 잘 수 있었다. Hawaii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출항하며, 희망자에게 「호놀룰루」 가 있는 Ohau 섬을 일주하는 관광 스케줄이 있다 한다. 나는 신청했고 점심값으로 2$을 냈다.
Hawaii의 이틀 밤은, 1941년 12월 7일 여명에 일본 함재기의 기습공격으로 격침된 전함 「애리조나 호」의 Memorial 관에서 시작되었다. 공격 당시의 전황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데 일본이 9군신(軍神)이라고 선전하던 어뢰특공대는 한 사람도 「진주만」의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좌초됐던 한 개의 어뢰는 오히려 일본 조종사가 생포되어 태평양전쟁 포로 1호로 기록되었다. ‘Sneak Attacker’ 라고 미국 사람들은 부른다. 선전포고 없이 어느 날 새벽 갑자기 타격을 가하는 야비한 일본사람이라는 뜻인데 은근히 미국 백인들은 동양인 전체를 Sneak Attacker로 보는 시각도 있어 나를 슬프게 했던 경험이 있다.
「진주만」은 천혜의 군항(軍港)이다. 잘록하게 생긴 입구는 적의 해상 침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수심이 깊어 어떤 크기의 군함도 다 수용할 수 있다. 또한 거대한 비행장이 좌우로 진주만을 에워싸고 있어 요격도 수월하게 해준다.
일본의 공격 당시, 현대 해군 전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은 전부 Hawaii를 벗어나 있었고 구닥다리 전함(애리조나, 아이오와, 오클라호마)등이 있다가 피해를 입었는데, 그 중 두 척은 1년 이내에 수리되어 전투에 참가했고, 제일 많이 부서진 「애리조나」만 수장된 채 기념관으로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일본의 공격을 유도해서 미국 여론을 선점하려는 「루스벨트」정권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일군(日軍)의 통신 해독 등 기록상으로 그런 주장을 뒷받침 할 증거는 아직 발굴되지 않고 있다.
제 2차 방문지는 「와이키키」해변의 Hotel Hawaii이다. 1920년대에 지어졌다는 이 호텔은 지금도 Best로서 동계절(冬季節)에는 예약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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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의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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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호놀룰루」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Punch bowl 국립묘지 공원에 들렀다. Hawaii 출신과 Hawaii를 거쳐 출전한 많은 군인들이 잠들어 있는데, 2차 대전 진주만 기습 때의 희생자와 6.25 전쟁 때의 전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나와 같이 참전했던 Sgt. Kenneth Kim을 찾아봤더니 없다. 한국의 UN군 묘지나, 여타 미국에 있는 군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모처럼의 방문인데 무척 서운했다.
Punch Bowl은 수림(樹林)과 잔디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Ohau 섬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있다.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멀리 바다까지 보여 절경(絶景)이다. 내가 주둔했던 중동부 전선의 「대암산」을 미군이 명명한 이름이 Punch Bowl이니, 아마도 고향 생각을 하던 미군이 따왔던 이름이리라.
관광버스는 계속 달려 섬의 북쪽에 이르러 우리를 내려놓는다. 폐허가 된 촌락인데 제법 큰 마을로 보였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중국, 일본인들의 사탕수수밭 노동인력이 살던 마을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집단이 한국 사람이라고 하는데 2차 대전 초까지 이곳에 살다가 일본인들이 본토로 강제 수용되면서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의 직장이나 부동산을 인계받아 Hawaii 도시로 옮겨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관광안내인이 한국 2세였는데,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승만 박사를 중심으로 동지회원과 애국회원간의 심각한 갈등이 있었던 일을 설명하면서, 이(李) 박사는 평생 자신이 일해서 돈 한 푼 벌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좀 좋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교포들의 은덕으로 독립운동을 한 분처럼 말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 이 박사 애국회가 발행한 일종(一種)의 국채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의 사탕수수밭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간간이 대단위 파인애플 밭이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 한국인의 교육열은 거기서도 확인될 수 있었는데, 버려진 마을에 학교(School)라는 표시의 건물이 군데군데 보였다.
어둑어둑해지면서 우리는 수송선으로 돌아왔다. 석식 후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데, 배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출항을 한다. 배는 밤낮 할 것 없이 일정한 속도로 미끄러지듯 간다. 약 15~17 knot 정도의 속도라 한다. 바다는 푸르다 못해 검푸른 색깔이다. 연안의 물빛과는 전혀 다르다.
약 1주일 항해를 하면서 웨이크 도(島, Wake I.)을 지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섬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1951년 한국전쟁 중 「트루먼」대통령이, UN군 사령관 겸 미군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를 Wake섬에 불러, 확전(擴戰)에 관해 우려를 표시하고, 곧바로 해임했던 그 역사적인 섬을 지나면서 여러 가지 감회에 젖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적도에 가까워지면서 무더워졌다. 뱃머리 쪽에 날치들이 배와 속도경쟁을 하는 듯 날아올랐다, 내려 박혔다 하며 군무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꽁치 같은 은백색의 이 어종(魚種)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약 10m를 비상(飛上)하다 물속으로 점프해 들어간다.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Guam섬에 갈 때까지 며칠을 날치가 동행해 주었다.
Pacific(평화롭다, 평탄하다)에 걸맞게 태평양의 9월은 그렇게 잔잔할 수가 없었다. 호수를 연상하리만큼 파도도 없이 고요했다. 더위에 지쳐 밤에는 갑판 신세를 졌다. 가끔 먼데서 불빛이 번쩍번쩍 한다. 낮에는 망망대해를 지나가는 배 한 척 보기 드문 곳인데 가끔 밤에 괴물이 나타난다. 해상으로 떠오르는 잠수함이다.
우리 운송선과 나란히 「랑데뷰」항해를 약 30분 한다. 연결된 로프로 물건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보급품이 넘어가고. 또 오는 것도 있다. 매일 영화 프로그램이 바뀌는 이유를 알았다. 부단히 서로 교환하는 덕택이다.
총 항로 약 8,500mile 중에서 약 반 정도를 주파하자 Marina 군도(群島)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듣던 일본군의 Saipan 섬의 옥쇄니 Guam 섬의 최후니 하던 태평양전쟁 일본 패망의 전조였던 역사적인 도서(島嶼)들이 눈앞에 전개된다.
5,400마일을 항해해서 드디어 미(美) 해군의 전초기지인 Guam 섬에 도착했다. 부두에는 역시 해군 군악대가 나와 환영했고 인파 가운데에는 동양인도 몇이 보였다. 60년대의 Guam은 미 해군의 태평양 전초기지로서 군 시설밖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배가 정박한 곳도 온전한 부두가 아닌 부교(浮橋)에 접안했다.
2박 후에 「필리핀 Subic Bay」를 거쳐 인천으로 향한다는 계획이 발표 되었다. 드디어 우리 고국의 지명이 언급 되자 가족이 가까이 다가온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