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약 50,000평의 언덕 구릉 위에서 Delaware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230년의 고색창연한 학교답게 교사(校舍)들도 아름답고 아담한 Colonial 풍으로 건설되어 있다. 장로교(長老敎) 전통에 걸맞게 캠퍼스 중앙에 대리석으로 지어진 멋쟁이 교회가 「랜드마크」를 이루고 있다.
Stevens교수의 안내를 받아 유학생 담당 Advisor인 Dr. Pascal을 만났다. Dr. Pascal은 사관학교 출신답게 절도가 있고 매사에 적극적인 「이태리」 이민자 출신이다(미국에는 West Point 이외에도 수개의 사립, 공립의 사관학교가 있으며 대학 정규과정을 이수한다). 그는 유학생의 복리후생 문제 뿐 아니라 장학금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신문을 보면 「혐한파(嫌韓派)가 되어버린 외국 유학생」이라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는데 막대한 국비를 들여 유학생을 유치 교육시키고 있는데 혐한파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시작은 좋은데 관리가 안 되는 것이 우리의 단점이다.
캠퍼스 첫날 Alumni Office(동창회 사무실)에 들러 인사한다. 소소한 개인문제는 여기에 와서 이야기하면 해결이 빠르다. 매우 친절하다. 학교는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다시피 하기 때문에 동문의 역할이 대단하고 그 기능이 학교 업무의 일부로 간주된다.
등교 첫날, Easton Chronicle의 편집국장이 와서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간다. 가가호호에 전달된 그 신문 덕에 다음날 아침 학교 뿐 아니라 시내 전체가 나에 대해서 알게 된다. 어정쩡한게 없다. 나의 가족관계, 학력, 경력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시내 수퍼에 가더라도 알아보는 점원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Community가 잘 짜여 있는데도 이유가 있지만, 첫째는 외로운 유학생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다.
다음날부터 한국과 관련된 분, 특히 자녀가 한국에 군인으로 파견된 가정, 그리고 국제결혼한 분, 또는 일찍 이민 온 분들이 연락을 해 온다. 내가 일본말을 할 줄 안다는 기사가 있었던 관계로 교환학생으로 고교에 와 있는 일본학생까지 전화를 걸어온다.
신학기 초에 모든 기숙사, 그리고 남녀 「프레터니티」를 개방하는 House Party가 있는데 쌍쌍이 돼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Steady한 애인이 없으면 Blind date를 주선해 준다. 그러나 나 같은 기혼자는 세상이 다 아는데 체면상 Blind date는 할 수 없다. House Party는 경험하고 싶고 할 수 없이 이웃 친해진 목사님의 딸을 초청해 Party에 가곤 했다.
수강신청은 빨리 졸업할 생각으로 초반부터 full로 했다. English(Ⅰ)이라고 졸업하려면 필수 중 필수이다.
Grammar, Essay 그리고 주요 문헌 작품의 Reading이 포함되는데 매우 터프한 과목이다. 20th Century European History(유럽역사), Economics(Ⅰ)(경제원론), American Government, 그리고 취미 선택으로 Anthropology(인류학 : Africa 중심) 위 다섯 과목 15학점을 신청했다. 좀 과했으나 도전하기로 했다.
가장 인상적인 교수는 「젠다빈」 박사인데 「20세기 유럽역사」를 담당했다. Lafayette 대학 출신으로 임창생 대사(林昌生 大使)와는 동기로서 한국 학생인 나에게 매우 관심을 가져주었다. 강의도 명강의로 교수 은퇴 후에는 College Historian으로 남아 모교를 위해 오래 봉사한 분이다. Nazi 독일을 강의할 때에는 시시콜콜 어떻게 그리 자세하게 많은 야담을 아시는지 강의가 매우 재미가 있다. 미국 학생에 비해 영어가 부족하고 독속(讀速)이 많이 느리기 때문에 배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고 정신 차려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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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fayette College 국제정치학과 건물 앞 / Dr Stevens 가족 그리고 Mr. Shepha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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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습 태도는 매우 모범적이었다. 언제나 교수 코 앞에 자리 잡고, 성의를 다해서 청강한다.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이라는 것을 교수가 바로 알아준다. 학기말 고사가 끝나자 「젠다빈」 교수가 한마디 했다. 한 학기 약 4개월 강의를 듣는데, 처음 1개월 동안 「노트」필기를 보니 영어 반, 한문 반, 그리고 이상한 부호 글씨 등 도대체 저걸 어떻게 해독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필기가 엉망인데 차츰차츰 나아지더니 종강할 무렵에는 영어로만 「노트」를 해서 좀 안심이 되었다 말한다.
교수가 특별히 나를 인정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필수 도서 목록에 「게오르그」가 쓴 「25時」가 있는데 “이것을 읽어 온 학생 손드세요.” 라고 할 때 내가 번쩍 손을 든 것이다. 약 반 정도의 학생이 손을 못 들었는데, 외국 유학생이 다 읽었다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나는 한국에서 읽고 갔기 때문에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교수가 숙제를 위반한 학생을 힐책할 때 나를 거명해서 나는 우쭐한 기분이 된 것이다. 그 후부터 Mr. Kim, Mr. Kim 하면서 관심을 표해 주었고 자기는 「실존주의」에 빠져 있다고 고백까지 해 주었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 경제원론 Eco.(Ⅰ)인데, 모든 예를 수퍼마켓, 주유소, 「GM」 「GE」등을 예로 들면서 Samuelson의 Introduction to Economics를 설명하는데, 미국의 경제문화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대강의(大講義)와 그리고 소강의(小講義), 즉 세미나 식으로 진행하는데 교수가 바뀌고 전문가 중심으로 순환 강의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경제용어 자체가 매우 생소했다. Fund, Bond, Stock, Security 나 Medicare, Welfare, Pension 등등. 상업학교의 문턱을 지나온 나로서는 부기,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Depreciation(감가상각), Tax Return(세금환급) 등은 처음 보는 용어였다.
학생들 가운데는 증권 전문가도 있었다. 고교시절부터 부모들의 선물로 주식을 받아 장난삼아 시작한 것이 상당한 재산이 된 부류도 있었다. 학교 재정담당(Treasurer)실에서 매일 매일의 주가 고시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출입하고 있었다. 자기의 보유주식 변동을 매일 체크해 가면서 「스포스」를 즐기는 것 같았다. 실물경제의 좋은 교육장이었다. 2008년 9월의 미국 금융위기도 이런 재주꾼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미국 학교에서 느낀 특이한 점은 Cunning(미국에서는 cheat : 속임수라고 한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 당시 고교, 대학에서는 「컨닝」이 다반사요 학우끼리 필요하면 대리시험을 치르는 것은 보통으로 생각되었다.
미국에서 제일 큰 욕은 거짓말쟁이다. “You are the liar(너는 거짓말쟁이야).” 하면 그 순간 우정이고 뭐고 다 깨지는 판국이다. 음주운전, 컨닝 등을 모두 속이는 짓으로 간주한다.
나는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때 어휘가 부족했기 때문에 영한, 한영사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시험을 치르도록 양해가 되었는데 Honor system을 인정해 주었다.
시험제도는 엄격했다. 매주 마지막 강의에서는 약 10분 정도 Quiz라고 하는 간이시험이 있고,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로 분류되고 학기가 끝날 무렵 각 학과별로 Term paper라고 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Plagiarism(표절, 도작)에 매우 엄격해서 반드시 인용부호와 출처를 적어야 한다.
시험용지는 문제지와 답안지가 별도인데, 답안지는 약 10page 되는 Note를 준다. 적어서 제출하면 점수와 함께 빨간 펜으로 수정이 되고 교수의 의견, 코멘트를 일일이 표시하여 되돌려 준다. 교수님들은 술 마시고 딴 짓 할 시간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