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6월 한일(韓日) 국교(國交)가 정상화되면서 청구권(請求權) 등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공공차관(公共借款) 그리고 민간차관(民間借款)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었다. 당시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보면 주(主) 안건들이 차관(借款)에 관련되는 건(件)이 많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자조달(內資調達) 건이 대부분이었다.
소양강 댐의 최종적 「이슈」는 수리(水利)와 발전(發電)을 동시에 달성하는 다목적댐으로 하느냐, 전력생산(電力生産) 만을 위한 단일 목적의 댐으로 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프로젝트」이었다. 소양강은 남한(南韓)에서 댐의 위치로는 가장 좋은 곳이었고, 전력(電力)생산이 절실했던 1960년대(年代)에는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로 인식되고 있었다.
6.25전쟁 때 동부전선(東部戰線)의 미군(美軍) 거점이었던 강원도 인제군 관대리에서 미(美) 10군단(軍團)이 철수하고 난 다음 정부는 댐 건설의 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건설비(建設費) 조달이었다. 우리나라 일반회계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美國) 잉여 농산물 판매대금 원조로 충당했던 시절이라 국고(國庫)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UNDP, World Bank 등 국제기관에 지원을 타진하고 그 외 돈이 있는 나라들과도 교섭을 진행해 봤으나 모두 허사였다.
박승복(朴承復) 회장(會長)의 회상록(回想錄)인 「장수경영(長壽經營)의 지혜」에는 그때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당시 소양강 댐의 건설은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 사안이었다. 댐 건설을 결정한 정부가 세계은행에 건설비용을 요청했다가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 어찌 그런 거대한 댐을 만들 수 있겠느냐?’ 라며 건설비 지원을 거절당하는 통탄할 일이 있던 상황이었다. 그 후 대통령께서도 댐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런 중요한 일을 두고 각(各) 부처가 싸움을 하고 있었으니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러 부처(部處)가 관련된 문제이고 상당한 검토, 조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한 청와대에서는 총리에게 하명(下命)해 결론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우선 박승복(朴承復) 정무수석을 정점으로 김창희(金昌熙) 비서관, 나 그리고 직원 한 사람 4명이 TF가 되어 행정연구(行政硏究)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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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리실의 다과회 / 맨 오른쪽에 총무처장관과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이연택 씨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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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이면 소관이 건설부로 넘어가고, 젼력(電力) 단일목적이면 상공부(商工部)가 관장하게 된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용호상박전 이었다. 1967년에 들어와서는 건설비 쪽은 해결되었다. 우선 일본(日本) 청구권자금(請求權資金)을 일차 소양강 개발 재원(財源)으로 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전력개발에 혈안이 되었던 한전(韓電)은 화천(華川)댐의 증설에 이어, 춘천(春川)댐의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어 소양강댐은 당연히 한전(韓電)이 이용할 수계(水系)로 생각했다. 일본 「도쇼크」, 「마루베니」와 700만불(萬弗) 발전소 건설을 위한 기자재 차관(借款)에 이미 서명(署名)했다. 잘못하면 Penalty를 물어야 한다고 우기면서 절대 양보할 기세가 아니었다.
건설부(建設部)의 李문혁 수자원국장(水資源局長)을 불러 브리핑을 듣고, 상공부(商工部)의 전력국장, 한전(韓電)의 담당이사의 설명을 들으니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젝트의 초입에서 바라본 소양강댐은 분명 다목적(多目的)이 되어야 한다는데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한전(韓電)측의 설명과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간단하게 건설부(建設部)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느낀 사실은 확실히 상공부 직원과 한전 요원(要員)들은 우수하고 사안(事案)에 대한 접근이 조직적이며 말을 잘 했다는 점이다.
반면 건설부 토목(土木) 계통은 수더분하고 내재적 기술력은 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사안(事案)의 핵심에 접근하고 상대를 설득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쌍방의 토론을 참관해 보면 언제나 건설부가 판정패(判定敗)였다. 건설부가 출범한지 일천(日淺)하고 수자원개발공사(水資源開發公社)는 막 설립되어 기초를 닦고 있는 중이어서 이런 전투에 참전할 처지가 못 되었다.
우리가 대학 졸업할 무렵에 보면 서울 공대(工大)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 특히 전기공학, 기계공학, 토목공학 졸업생들의 1차 지원은 한전(韓電)이었다. 그리고 인문사회(人文社會), 법학(法學), 경제학과(經濟學科) 출신들 중에서 우수한 학생들은 고시(考試) 아니면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고졸(高卒) 우수학생은 의과대학으로 직행하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지금 보면 우수한 인재가 많이 집합한 한전(韓電), 금융기관 등이 선진화(先進化)가 가장 빨리 되어 있고, 의료(醫療)분야는 과히 세계 일류에 진입하고 있다. 역시 우수한 사람이 우수한 분야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쌍방의 주장은 팽팽해서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한강 수계(水系)의 수혜자요 피해자인 서울시(市)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시(市) 건설국장(建設局長), 하수(下水), 토목과장(土木課長) 등은 다목적(多目的)이 되어야 한다고 극구 주장했고, 양수리(兩水里)부터 행주산성까지의 수계(水系)를 같이 답사하자고 제의해 왔다.
홍수가 발생하는 지점과 피해 정도는 딱 공식이 나와 있었다. 한강물이 불어나면 중랑천이 역류하여 광진구, 성동구, 용산구가 침수되고, 홍제천이 역류하면 망원동 등 마포구가 물바다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강, 남한강에서 수량(水量)을 조절해 주어야 수도(首都) 서울이 홍수기(洪水期)에 안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