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에서의 1주(週)
미국에 도착했을 때의 그 터미널에서 Stevens 가족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일요일 오후인지라 Eric, Laurel, Kirsten과 Stevens 교수 내외분이 전송을 나왔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껴안으면서 “Uncle Kim, good bye, good bye!”, “God bless you!” 아쉬운 작별은 마음을 두고 가는 법인가.
Sevens 교수 내외분과 껴안고 작별할 때는 눈이 캄캄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Delaware강을 건너 Route78 고속도로에 접어들 때까지 내내 손을 흔들었다. 정든 땅과 사람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진실로 말 못할 애절함을 느끼는 것이다.
New york Grey Hound Terminal에 도착하는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New Jersey의 아름다운 경치만을 눈으로 찍어대는 정도였고 중도의 Rest Area에도 내리지 않았다.
문득 차창 밖에 손을 흔드는 이가 있었다. New York City에 도착한 것이다. 대학 동창으로 N.Y.U에 유학 와 있던 김정길(金政吉 : 前 경기대 교수) 군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New York을 출발, 서부의 끝자락 San Francisco까지 가는 대륙 횡단의 2차 시도를 하기 전, 김 형 하숙에서 신세를 지며 1주일을 보냈다. 다행히 하숙집이 Upper Manhattan의 Columbia 대학 근처이기 때문에 나들이 하는데 매우 용이했다. 지하철만 타면 모든 명소에 다 가 볼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 Wall Street 금융가, 20~30년대 배곯았던 우리 유학생들이 고학하며 지내던 맨해튼 남단 Greenwich Village(「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의 작품터전), Central Park의 웅대한 규모와 명실상부한 시민의 쉼터, 죽은 도시 Harlem의 비참한 흑인가 Ghetto의 을씨년스런 모습 등은 나의 뇌리에 지금도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기관 Columbia University와 New York University의 도서관을 보고, 또 Metropolitan 미술관을 관람했을 때, 그리고 Penn. Station과 Grand Station에서의 열차운행 등의 시스템을 목격했을 때 미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3일 동안은 관광으로 소일했는데 Hudson강의 유람선, Bronz의 동물원, Conney Island의 유원지 등을 돌아보았다. 지금 한국 교포가 많이 사는 Queens, 그리고 Long Island등지를 지하철로 돌아보면서 New York의 일정을 마쳤다.
떠나는 전날 저녁에는 Oasis라고 하는 한국 식당에서 오랜만에 냉면을 먹었는데 무생채를 두 접시나 비웠다. 그 당시 뉴욕에는 한식당이라고는 두 곳 정도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맨해튼 30번가로부터 40번가에 이르는 그 많은 한국 식당을 돌아다니다 보면 깊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서부행 Grey Hound Bus
귀국길에도 미국을 더 많이 볼 욕심으로 2차 대륙횡단을 해 보기로 했다. 1차 횡단 때는 시애틀을 출발 캐나다 국경 근처를 따라 내려오는 서북로(西北路)를 택했으나, 이번에는 중서부(中西部)를 가로지르는 Central Pacific Line을 따라가는 노선으로 결정했다. 지금의 고속도로 Route 80에 해당한다.
New york State를 출발 펜실바니아, 오하이오, 인디아나, 일리노이, 아이오와, 네브라스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시(市)까지 12개 주(主)를 관통하는 5,000km의 기나긴 여정이다. 하루 1,000km씩 밤낮으로 달리더라도 5일간 Full로 가야 한다.
다행히 버스는 밤 9시 경 뉴욕 터미널을 출발해 뉴욕 주 그리고 낯익은 펜실바니아 주를 밤중에 주파하기 때문에 잠에 곯아 떨어지더라도 별 볼 것이 없다. 낮에는 차창 가에 전개되는 새로운 지형, 산야,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점심 때, 저녁 때 그리고 아침 때가 되면 영락없이 어느 도시에 도착해서 식사를 해결하고, 세수나 경우에 따라서는 샤워도 할 수 있다. 짐은 목적지 샌프란시스코 꼬리표가 붙어 있는 한 차가 바뀌더라도 언제나 나와 함께 동승하고 있었다. 조그만 손가방만 가지고 내리면 되고, 몇 호차 S. F 행만 찾아 타면 만사 OK이다.
Cleveland, Toledo를 지나 시카고까지는 이미 낯이 익은 지역인데, Iowa 지역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지형이 달라졌다. 광활한 옥수수 밭의 연속인데 하루 종일 달려도 푸르디 푸른 바람에 나부끼는 옥수수가 끝이 없다. 문득 6.25때 자주 대화했던 아이오와의 옥수수 농부 Jim이 생각났다. 제대하면 아버지 농사를 이어받아 Corn belt의 왕자가 되겠다고 자랑하던 그였다. 예쁜 금발의 신부였던 그의 아내는 막 옥동자를 출산해 Jim의 사기는 최고조였다. 지금쯤 이 근방에서 옥수수 농사를 열심히 짓고 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Nostalgic해 졌다.
산과 구릉, 농토가 적당히 배합된 Nebraska 주를 지나 Wyoming의 Cheyenne 시에 이르니 대지가 매우 건조해지기 시작하고 붉은 맨땅이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잠깐씩 쉬는 휴게소(Rest Area)에는 서부로, 서부로 내쫓기던 「인디언」원주민의 후예인 듯한 사람들이 선물가게 앞에서 북을 치며 호객을 하고 있었다. 서부의 풍미가 물씬 느껴진다.
밤중에 Rocky 산맥을 넘어가는데 달밤인지라 밖을 밝게 내다볼 수 있었다. 그 험한 고갯길도 잘도 넘어간다. 삼성장군 별 3개짜리 운전사가 버스를 조종하고 있어 든든하다. 별 3개라면 최소한 15년 경력이라야 한다.
드디어 Utah 주의 Saltlake City에 도착했다. University of Utah에는 세계적인 우리 화학자 이태규(李泰圭 : 전(前) 경도제국대학 정교수)가 있음으로 해서 많은 한국 화학도(化學徒)들이 다니고 있고 솔트레이크 시티는 Mormon 교(敎)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려서 2~3일 정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배의 출항일자 때문에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유감이었다.
사변 때 116전투공병대에서 만났던 독실한 Mormon 교도 한 분이 생각난다. 부대이동 때마다 MI 소총과 바이올린을 반드시 메고 다니는 Paul 이라는 이 친구는 나에게, Mormon 교를 믿고 한국에 Mormon 교를 전파, 선교하겠다면 Utah 유학을 주선해 주겠다고 했고 바이올린도 나에게 주고 가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교리에 얽매인 이 친구의 식생활에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술은 물론이고 커피, 홍차까지도 일체 입에 대지 않고 순수한 과일주스나 맹물만 마시는 친구였다. 그러나 나는 먹는 것에 관한 한 공급되는 모든 음식, 음료를 거침없이 먹고 마시는 부류인지라 이 친구를 따라하다간 큰일 날 성 싶어 그의 제의도 모두 거절하고 좋은 대화친구로서 헤어질 때까지 우정이 계속됐다. 무척 유식하고 성서에 관한 한 매우 깊이가 있었다. Mormon의 본고장을 통과하게 되니 Paul의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Saltlake City를 출발하자 곧 그 유명한 소금 호수가 나타났다. 충청북도만한 크기의 이 호수 연안은 온통 소금이 깔려 있다. 가도 가도 소금 백사장과 푸른 바다의 연속이다. 약 반나절을 달려서 겨우 끝이 난다. 수십만 년 전의 지각 변동과 지구의 융기현상으로 바다가 대륙 중간에 치솟아 오른 것이라 한다.
이제부터 그 특유의 미국 서부 사막지대가 시작된다. 시속 120km 정도로 차는 흔들림 없이 미끄러져 간다. 가는 차도, 오는 차도 거의 없다. 운전기사의 콧노래 정도가 들릴 뿐이다. Nevada 사막은 정말 단조롭고 무인지경이었다.
드디어 Nevada 주 제 2의 도시 Reno에 도착했다. 환락도시로 유명한 이 도시는 사막 속에 위치하고 있지만, Pyramid Lake와 Lake Tahoe를 안고 있어 물이 풍부한 곳이다. 언뜻 생각에 물이 있으면 사막을 무한정 옥토로 만들 수 있는데 이 미국만의 축복을 세계의 축복으로 바꾸려면 국제사회주의 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몇몇 한국 유학생들과의 논쟁이 생각났다. 미국은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여분의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사막의 도시 Reno를 지나자 세계에서 제일 수심이 깊다고 하는 Tahoe 호수가 옆으로 지나간다. 검푸른 물이다. 수심이 깊어 2차 대전 때 추락한 연습기들을 지금도 인양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이제부터 난(難)코스 캘리포니아 산맥(Sierra 산맥)을 오르는 것이다. 전나무 숲을 지나 바위산을 지나 굽이굽이 경치도 좋다. 스키장, 여름 캠핑장 등 테마 리조트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산맥 정상부분 그 엄청난 돌산을 깎아 열차가 지나가도록 만든 1870년대의 Pacific Railroad였다. 중국 노동자 수만 명이 투입되어 완성한 이 기찻길은 「정과 망치」그리고 중국인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미국 대륙 횡단 열차 길이었다. 밑에서 쳐다보면 까마득한 꼭대기 하늘에 기찻길이 지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많이도 죽어나갔다고 한다.
산맥 정상에서 California 수도 Sacramento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완전 별천지다. 넓은 평원에 푸른 농원(農園)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잘 가꿔진 포도밭, 오렌지, 각종 견과류 과수원 등 농업의 보고(寶庫)라 할만 했다. 그런 전원 속에 Sacramento라는 행정수도가 깨끗하고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