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축제 중 또 하나의 재미는 Hay Ride이다. 밀짚, 보릿대를 가득 실은 마차에 올라타고 달빛 초저녁에 시골길 약 15km를 다녀오는 재미나는 행사다. 두 필의 말에 마부가 붙는다. 약 10여 명의 남녀 학생이 폭신한 건초더미에서 뒹굴며 노래하고 청춘을 구가한다. 1인당 2불 정도를 지불하고 티켓을 산다. 3~40명이 모집되면 시골 농가에 가서 4~5대의 마차에 분승하고 출발한다. 맥주도 마시고 샌드위치도 들면서 재미나는 밤을 보내는 행사인데, 아름다운 펜실베니아의 구릉진 언덕을 몇 개 넘어 우거진 관목의 파노라마를 달빛에서 감상하는 것은 정말로 낭만적이다.
이제 기다리던 축제는 끝이 나고 내일부터는 머리를 싸매고 달려야 한다. 한순간도 헛되게 보낼 수가 없다.
12월은 학생들에게 고통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달이다. 12월 초에서 Holiday season까지 숨 막히는 가파른 고비에 이른다. 학기말을 향해 논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Final Exam에 돌입한다. 시간에 쫓기고 우선 체력이 딸린다.
Term paper를 하나 작성하는데 500~1000page 되는 책을 5, 6권을 참고해야 한다. 우선 초안은 필기로 하고 불쌍한 고학생이 직접 타자까지 쳐서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 주임교수도 만나야 하고 5분 만나는데 30분이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짜증의 연속이다. 방으로 돌아오면 침대에 눕기 바쁘다. 깜빡하면 2~3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Final을 치르고 나면 성적이 게시된다. A, B학점이면 쾌재를 부르지만 만일 F라도 나오면 앞이 캄캄하다. 선택과목이면 다음 학기에 보충이 용이하지만 필수일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이를 「막장작업」, 즉 Exploitation work라 한다. 성적을 받아보니 모두 Passing grade였고 비교적 만족했다. 일시에 긴장이 풀린다. 오후 늦게 Mae Ann이 와서 Pick up 했다.
이제 2주간의 Yule tide(크리스마스)가 시작된다. 공항, 기차, 버스 역사(驛舍)는 초만원이다. 그리고 우리 명절 때와 같이 고속도로도 만원이다. 다들 고향과 연고지를 찾아간다. 우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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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lege Hill에서('62. 12.) 눈이 많이 내리는 「펜실베니아」에서는 겨울 썰매놀이가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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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s 댁은 아이들도 많고 해서 여행하지 않고 Easton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나에게는 다행이었으며,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아이들을 데리고 X-mas tree 농장으로 간다. 3불에서 10불 정도가 가정용이다. 대부분 아이들로 하여금 고르게 하고 자르기는 아버지가 한다.
다락방(attic)에 보관해 두었던 「오너먼트」를 모두 끄집어 내고, 새로운 유행물을 추가해서 장식이 이루어진다. 온 가족의 노작(勞作)이다. 설치 장소는 대부분 벽난로가 있는 거실(living room)이다. 나무 끝에 왕별을 달고, Light 점화하면 완성되고 아이들이 기뻐서 와! 한다.
선물 꾸러미가 비로소 밖으로 선을 보인다. 이때는 주부가 가장 돋보이는 시간이다. 9월부터 천천히 서둘지 않고 List에 따라 하나하나 구입했다가 엄마의 비밀 벽장에 보관한다. 평소 착한 일을 할 때 아이들의 Wish가 뭔지 알아두었다가 맞춰 사는 것이 관례이다. 선물 꾸러미는 차곡차곡 나무 맡에 쌓아두고 Eve에 개봉한다. Surprise gift는 당일 Eve에 살짝 내놓고 아이들을 놀라게 할 때도 있다.
이렇게 Yule 축제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하여 교회, 이웃으로 확산된다. 무리없이 차분하게, 그리고 자기의 분수에 맞게 준비하고 진행한다.
X-mas Highlight는 역시 X-mas Dinner라 하겠다. 오전 예배를 끝내고 교회에서 돌아오면 바로 식탁준비가 시작된다. 전 가족과 일가친척, 혼자 사는 외로운 이웃이 참석하는 큰 잔치다.
Main dish는 역시 Turkey(칠면조)이고, 많은 종류의 Pie가 나온다. Apple pie, Pumpkin pie 그리고 Fruit cake가 Desert의 주종(主種)이다. 식탁에 둘러앉으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가장(家長)의 긴 기도(祈禱)로 시작하고 많은 덕담이 오가는 즐거운 식사이다. Christian 가정은 많은 술은 피하지만 포도주 몇잔 정도는 상에 오른다.
X-mas의 격조 있는 음료는 역시 「샴페인」이라 하겠다. Full course에다 Desert 그리고 마지막에 「펀치」나 커피, 차 등의 음료로 끝이 나면 대개 12시 자정에 해산하게 된다. 밖에 눈이라도 펄펄 내리면 Merry Christmas의 정감은 한층 높아진다.
내방객이 모두 떠나고, 그 많은 그릇들이 정리되면 아이들은 재우고 어른들만 Fire place에 둘러앉아 Finish drink를 한다. 대개 달착지근한 술인데 「코냑」이나 Shelly, 「드람부이」 등을 내 놓는다.
새벽 세 시쯤 잠자리에 들면 오전 열 시나 열한 시에 일어난다. 따끈한 원두커피에 Hot cake 또는 French fries를 메이플 시럽이나 꿀을 듬뿍 부어 먹는 Brunch(조반 겸 점심)가 일품이다. Carefree time이다. 걱정 근심 다 놓고 편하게 보내는 시간이다.
오후에 눈이 좋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슬로프에 나가 썰매타기를 한다. 어린 아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남녀노소 전 주민의 놀이가 된다. 참나무 판자로 만든 썰매는 1인, 2인, 3인용이 보통인데 3인용을 타면 정말 역동감을 느낀다.
2, 3일 Slow 인생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New Year Eve가 된다. Town Hall이나 학교 강당에서 Dance Party가 있기 마련이다. 보통 한 달 전부터 Ticket을 발매하는데, Bingo game과 Dance party를 겸하는 곳이 많다. 촌스럽지만 화려하게 장식한 무도장은 보통 Live music이다. 검소한 장소는 Juke box라고 하는 전축으로 하기도 한다. 각종 음료와 술도 판다. 자정이 되면서 음악을 멈추고 “9, 8, 7, 6, 5, 4, 3, 2, 1, Happy New Year!” 하는 함성이 터지고 키스하는 사람, 서로 부둥켜안고 Happy New Year 를 외치는 사람 등 가지가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Auld lang syne」에 이어 상냥한 블루스 곡으로 Party는 끝이 난다.
월남전 개입 이전 60년대 초, 미국은 옛날 명절의 전통이 살아 있었고 여유와 낭만이 존재했었다. Hollywood의 영화에서 흔히 보던 그러한 장면들이 확실히 존재했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황홀했던 Yule Season도 끝나고 또다시 이전투구의 장으로 가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