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ayette에서는 여느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Spring fever라는 비공식적 행사가 있다. 긴 북미(北美)의 겨울에서 깨어난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Trouble을 만들어내려고 몸부림을 친다. 대개 2학기 초 3~4월에 이런 공기가 팽배해진다. 학교 당국에서도 학생 반란이 두려워 몹시 긴장하는 시기이고 Sports 등을 통해 혈기를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한번 문제가 터지면 야단이다. 살코기에 치즈, 버터 같은 엄청난 단백질을 섭취한 학생들이 한번 Riot를 일으켰다 하면 요란하다.
하루는 밤 12시쯤 됐는데 학교에서 와와 소리와 함께 유리가 와장창 깨지고 큰 소란이 퍼지고 있었다. 하숙집에서 공부하다 말고 캠퍼스 쪽으로 달려가 보니 1, 2학년 학생 수백 명이 한손에 야구방망이, 한손에 횃불을 들고 건물 하나를 파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헌 교사(Drama Center : 약 백년이 되었다 함)를 부수도록 학생들에게 사실상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철거할 것, Spring fever의 희생제물이 되도록 학교 측에서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치밀하고 간교한(?) 백인들의 술책들을 미국 생활을 통해 많이 경험했다.
대결을 피하면서 대화, 설득하는 영, 미 백인들의 결과 접근 방식
모든 일에 간접화법이 「인텔리」의 화법이고 가능하면 직접 대결을 피하면서 결과에 접근하는 수법이 보통이다. 좀 시간이 걸리지만 서로 편한 방법으로 우선 해결하려 노력하며 많은 대화, 설득 방법을 이용한다.
어느 따뜻한 봄날, 만개된 목련으로 뒤덮인 Easton 시(市) 공원에 시립 Orch-estra가 정규 연주회를 갖는다는 방송이 나온다. 음악 애호가들 수천 명이 공원에 운집하고 멋들어진 관현악에 도취된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막간을 이용하여 시장님이 단상에 나타난다. 우선 청중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 놓고서는 시(市)의 세금 문제 그리고 시의 중요 현안을 살짝 언급하고 박수를 받으며 하단한다. 성과 100%를 달성한다. 집에 돌아간 시민들이 세금이 아직 미납되었으면 다음날 당장 경쟁적으로 납부한다.
이런 식의 간접수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영, 미 백인들의 수법이다. 우리처럼 세법(稅法) 몇 조(條)에 의해 차압 또는 과징금 등을 언급하여 공포를 주는 짓은 미국 지방자치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짓이다.
주차위반 차량에 스티커를 발부하는 흑인 아줌마에게 “나, 지금 금방 저 상점에 갔다 나오는 길인데 왠 위반딱지냐?” 항의하면 “아이고, 어떡하나 조금 일찍 나오시지, 지금 발부했는데 되돌릴 수도 없고” 아주 난감한 척 한다. 웃는 얼굴에 애교까지 곁들이면 싸울 생각이 싹 가신다.
학생들은 Spring fever가 지나면 스트레스를 주로 「스포츠」를 통해 해소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종목에 전력투구 하는가 하면 특별한 종목이 없으면 잔디밭에서 Flip bee(플라스틱 쟁반던지기)로 땀을 빼는 학생들도 많다. Lafayette는 Football, Baseball, Basketball 등 주요 종목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Intervarsity(대학 간 대항시합)가 많았다.
특히 9월 개학과 함께 「라이벌」대학인 Lehigh와의 축구시합은 미 동부지역에서도 유명한 시합이다. Home 경기일 때는 동문 뿐 아니라 전 시민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시합 전에 Bonfire 약탈전이 있는데, 상대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집채 만큼 거대한 모닥불 더미를 수백 명의 전사들이 달려가 쓰러트리는 공방전이다. 경우에 따라 큰 부상자도 생기기 일쑤다. Bonfire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면 학생들 사기가 충천한다.
다음날 대망의 축구시합이 열리고 승리한 학교는 시가행진에 들어가며 밤에는 캠퍼스에 술판이 벌어진다. House open party라고 해서 어느 기숙사, 어느 「프레터니티」할 것 없이 방문하면 맥주와 음식을 제공한다. 질펀하게 약 이틀 정도 화끈하게 놀아난다.
펜실베니아 주가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해 U.S Steel 그리고 Bethlehem Steel의 주 공장이 존재했으며,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의 미국 강철경제시대를 주름잡았다. 당시에는 Lafayette와 Lehigh는 여러 차례 축구에서 National Champion에 오르기도 했다.
Sports season이 끝나면 크리스마스 휴가까지 면학(勉學)에 돌입한다. 잘 먹고 건강한 학생들은 장사들이다. 중간시험과 학기말시험 때에는 새벽 2시, 3시까지 버티기 공부를 한다. 두서너 시간 눈 붙인 다음 새벽에 일어나 식사하고 8시에 교실에 쫓아가는 것을 보면 「항우」가 따로 없다. 우리 동양 학생들은 체력으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기후조건
지금 생각해 보면 미국 북동부의 좋은 대학, 특히 IVY League가 집중되어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기후와도 많은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겨울에는 눈과 추위 때문에 외출과 Outdoor life가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리고 서양 「스포츠」는 주로 야외 운동이지 유도, 태권도 같은 실내 운동은 많지 않고, 농구도 원래는 야외 운동이었다. 이러한 기후조건에서 학생들은 기숙사에 틀어박혀 책 밖에 읽을거리가 없다. 책을 많이 읽으니 Havard의 공부벌레라는 조어가 생긴 것이라고 본다.
주요 경기 외에 개인적 레저스포츠로서 학생 가운데 인기가 있는 종목이 두 가지 더 있다. 「사격」과 「경비행기 조종」이다. 사격은 전 국민의 취미인 것 같다. 특히 시골집에는 어느 가정이든 엽총 또는 소총 한 두 자루는 소지하고 있고, 장식용으로도 많이 걸어 놓고 있었다. 당시 냉전의 와중이어서 「미, 소」대결이 첨예했다. 그때 혼자 생각한 것이 만일 「소련」이 미국에 상륙하더라도 전 국토를 점령하기란 불가능하리라는 것이었다. 가가호호 모두 총을 가지고 덤비면 어느 세월에 해방을 시키겠는가, 망상이지만 그만큼 총이 많고 헌법에도 보장된 미 국민의 권리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지방학생의 취미는 경비행기 조종이다. 주에 따라 16세면 일정한 훈련을 받고 면허를 딴다. 자기 비행기가 없더라도 Lease해서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넓은 초원에 군데군데 비행장이 있고 방과 후에 레저 스포츠로서 많은 학생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미국의 항공 산업이 발달한 것은 국토가 광활한 것도 있지만 모험심 많은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전쟁만 나면 20~30만 명의 젊은 조종사를 금세 모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인적 자원이 이런 곳에서 취미로 양성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운동이란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고 종교와 함께 시골의 문화였다.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발전한다. 펜실베니아 주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면 썰매타기가 유행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원의 언덕은 썰매장이 된다. 가족끼리, 애인끼리 짝을 지어 언덕을 내려오는 박진감은 말할 수 없는 스릴이 있다. 그리고 길가에 큰 썰매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서 있으면 지나가는 픽업트럭 또는 지프차가 썰매를 끌어준다. 기성을 지르며 2마일 3마일 달려가 보면 기분이 그만이다. 겨울 스포츠로서 좋은 추억이었다. 당시 「조깅」은 마라톤 선수들 외에는 별로 유행하지 않았다.
신입생 다루기를 Circumcision(할례)이라고 하며 2학년이 될 때까지 여러 종류의 「허들」을 통과하는 의식이 있다. 옛날에는 강도가 심해 희생자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단다. 요새는 신입생이라는 표시만을 하는 정도였다.
Lafayette에서는 신입생은 Dinky cap이라는 챙이 없는 따개비 모자를 쓰고 캠퍼스를 다녀야 한다. 어린애 모자인지라 신입생들을 조롱하는 행사의 일종이다. 위반하면 상급생에게 지적을 받는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고 좀 더 겸손해야 한다는 취지이리라, 이런 일들을 통해 선후배의 구별을 짓고 학생간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