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으로 수업료 등 학교 관련된 비용은 커버가 됐지만, 나의 개인적인 용돈은 벌어서 써야 했다. Pascal 교수와 Stevens 교수의 주선으로 교내우체국에 Part time 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충 오전 약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정도, 50대의 과부 우체국장인 Mrs. Boxer 여사와 철도에서 은퇴한 노신사, 그리고 나 3명이 근무했다.
2,000명의 학생 중 약 300명 정도가 개인 Mail Box를 가지고 있고, 학교 각 부서와 기숙사 등을 위한 Box가 모두 합해 약 500여 개가 있었다. 시내 큰 우체국에서 매일 아침 큰 행낭으로 3개 정도 추진해 오면 이것을 개봉하여 3명이 분류해서 Box에 일일이 넣는 작업이다.
처음 약 1개월 동안에는 편지 보고 Box 이름 보고 일일이 대조하면서 분류했으나 좀 숙달이 되면서 Box의 이름을 거의 기억하기 때문에 약 1m 떨어진 거리에서 던지면 무사히 Box에 꽂히곤 했다. 한국에서 우체국장 아들로 성장하면서 그 일이 낯설지 않아 금방 숙달되었던가 보다. 어릴 때 우체국 집배원들의 무등을 타며 자랐던 세월이 생각났다.
분류가 끝나면 학교 본부에 있는 총장실을 위시한 각 부서와 학교 병원까지 편지 배달을 하고, 강의실로 달려간다. Campus에서 금방 인기인이 되었다. 주말에 Dinner 초청이 자주 있었던 이유가 바로 많은 인사와 접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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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엣대학교 정문 [출처 : Lafayette Colleg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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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가정생활의 중심이었다. 나는 엄한 유교, 불가(아버님이 중학교 졸업하시고 대학 진학하시기 전후 2년간 하동 동보사(쌍계사 뒤쪽)에서 수행을 하셨다. 국회의원 시절 청와대에 가끔 저녁식사 초대를 받으셨는데, 박대통령이 조크를 잘 하셔서 “파계승, 어서 오세요.”하시곤 했다 한다) 출신이어서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Stevens 가(家)에서는 내외 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교회에 열심이어서 나도 매주 일요일이면 같이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가했다.
설교는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고 영어공부에는 그 이상 좋은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자녀들도 모두 교회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전담 교사 한 사람과 목사 부인이 학과를 가르치고 3학년까지 교육시키고 인근의 공립학교로 보냈다.
교회는 교육의 질이 대단히 높아 조기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성경반은 물론이고 합창단 연습, 아이들의 학예회 그리고 종교적 여러 행사가 있어 사회사업, 자원봉사는 생활화 되어 있었다.
교인 가정의 일손 돕기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나는 일요일 예배가 끝나면 Mr. Klein 가족의 농장에 가서 일을 도왔다. 일가구의 일반적 한도인 젖소 100마리를 키우는데 아주 과학적이고 위생적으로 사육하는데 참말로 재미가 있다.
하루 두 번 기계로 젖을 짜는데 젖이 무거워지면 가장 어미 소부터 자기 우리로 서서히 이동해 들어오면 나머지 99마리가 모두 열을 지어 자기 칸을 찾아 들어와서 젖을 짠다. 참말로 신기했다. 젖을 다 짜면 또 역순으로 한 마리 한 마리 밖으로 나간다. 당시 우리나라의 낙농이라 해야 「홀슈타인」소 4~5마리 많아야 열 마리 정도이고 방목이 아니라 묶어 키우는 정도였다.
물이 먹고 싶으면 목장 군데군데 세워놓은 「철모 버킷」 에 코를 대면 물이 쭉쭉 나오게 되어 있다. 문제는 우사 청소와 퇴비의 처리이다. 물론 「트랙터」를 동원하지만 기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새끼소는 아이들의 몫인데 우사 귀퉁이에 새끼소 우리를 별도로 만들어 젖병으로 키운다. 아이들이 새끼를 품고 우유를 먹이는 모습이 그렇게도 평화스럽고 의젓할 수가 없다.
제일 큰 일은 옥수수 자르기이다. 물론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고 적재함이 달린 「트랙터」 두서너 대가 돌아가며 받아 「싸일로」로 운반해 가는 작업인데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으면 한 손 단단히 도움을 준다. 이런 낙농을 유지하려면 약 50,000평 정도의 목초지와 옥수수 밭이 있어야 한다. 그 많은 퇴비도 이 넓은 목초지에 다 뿌려진다.
농장 돕기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역시 식사시간이다. 큼직한 New York cut steak에다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갖다 놓고 퍼먹는 재미는 잊을 수가 없다.
Klein씨 댁은 1년에 3~4마리 정도 자가 수요를 위해 도축을 하는데, 전문 Butcher가 모든 기구를 가지고 와서 가정에서 필요한 것으로 각을 뜨고 다듬어서 거대한 냉동고에 넣어주고 간다. 뼈, 가죽 그리고 일당을 받아간다고 한다. 따라서 고기는 언제나 푸짐하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농장 길가의 사과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여러 자루 따 와서 「애플소스」, 「잼」 그리고 파이를 만들어 먹는다.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너무 가난했다.
농촌과 연계된 생활은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시골이니만큼 주민들의 애국심과 질서의식이 철저하다. 미국이 대국(大國)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런 보수적인 시골 소도시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New York, Chicago, Philadelphia, L.A 등 대도시에 가면, 복잡하고 무질서한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다인종, 다문화의 3억 인구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법력(法力)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전국에 40여만 명의 변호사 그리고 연방경찰, 주(州)경찰, 군(郡)보안관, 그 많은 법관들이 도시 범죄를 다스린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지방 소도시, 농촌들이 Intact하기 때문에 미국이 건재하고 발전한다고 보면 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Mae Ann과 나는 수퍼마켓에 가서 1주간(週間) 가정에서 필요한 식료품을 사온다. 육류, 생선, 채소, 깡통식품, 냉동식품 등 다양한 Grocery 품목이다. 처음 수퍼에 갔을 때에는 거대한 규모에도 놀랐지만 다양하고 많은 식품, 잡화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난한 한국생활을 생각하면 여기는 천국 같았다. 1주일 치 식품은 6명 식구에 약 25$에서 30$ 정도 됐다.
조교수(助敎授) 수입으로는 그 이상의 식품비를 쓸 수가 없다. 월급이 약 450$ 정도 되는데, 생활비와 집 「모르게이지」, 자동차 월부 등을 처리하면 항상 적자다. 따라서 부업을 해야 한다.
Stevens 교수는 지질학자이기 때문에 광산, 시멘트 공장의 석회암 채석장과 관련된 용역을 가끔 받아서 수행한다. 보통 과장(科長)에게 의뢰가 오면 아래 교수들에게 배당해서 수행토록 하고 수행하는 교수가 대가를 받는다. 유능한 교수는 많은 용역을 따오며, 유료(有料)로 학생들에게도 소소한 하청을 주는 경우도 있다.
Stevens 교수는 내가 지질학을 전공했으면 수제자로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분야가 달라서 유감이라는 말씀을 가끔 했다. 그러나 나는 Outdoor life를 좋아하기 때문에 교수님의 Field trip에 자주 따라가 상식선에서 많은 지질학 공부를 했다.
이렇게 부업을 통해 적자를 메우고 저축도 하면서 보다 큰 집을 사서 옮기기도 한다. 부교수(副敎授) 정도가 되면 전공분야의 책을 내서 많은 인세 수입을 올리는 교수도 있다. 「Write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시피 저서나 논문 등을 계속 써내지 못하면 쫓겨나고 매장되는 신세가 되기 때문에 교수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50년 후인 지금 그런 경쟁의 문화가 우리 대학에 드디어 스며들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