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연말, 육군 정기인사(定期人事)에서 서종철(徐鍾喆) 장군은 소장(少將)으로 진급했다. 소장(少將) 보직인 사단장, 군(軍) 사령부 참모장 그리고 군사발전국장(軍事發展局長) 등을 역임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었다.
4.19가 터지고 군(軍)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고 다소 안정될 때까지 육군참모총장은 4명이나 교체되었다. 즉 비운의 5.16 당시 장도영(張都暎) 장군이 참모총장을 맡을 때까지 말이다.
이런 엎치락뒤치락 인사(人事)가 된 것은 민주당 내의 Power game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10여 년간 갑자기 커진 군(軍)을 괴물 공룡으로 본 것이다. 군(軍)을 좀 안다는 민주당 내의 원로 중진들이 자기가 추천한 참모총장이라야만 군(軍) 체제를 정비하고 정권에 유리한 군(軍)이 될 수 있다고 우기면서부터 인사의 난맥이 시작됐다.
또한 국방장관이었던 현석호(玄錫虎)씨 같은 분은 군(軍)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었고 동생이 고급장교로 있으면서 인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평이 있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1960년 5월경 서(徐) 장군은 수도(首都)의 위수사령부(衛戍司令部)인 6관구(管區) 사령관으로 발령이 났다. 6관구 사령부는 수도(首都) 경비의 1차 임무와 함께 위수지역(衛戍地域) 내의 모든 부대를 위한 군수지원(軍需支援)의 막중한 잭임을 지고 있는 부대이다. 또한 예하에 2개 예비사단, 즉 30사단과 31사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참모진용도 막강했다. 부사령관 김천경(金天敬) 준장(2기), 참모장 김재춘(金在春 : 5기, 前 중앙정보부장) 대령, 정보참모 윤성민(尹成敏 : 9기, 前 국방장관) 중령, 작전참모 박원빈(朴圓彬 : 8기, 前 무임소장관)중령, 군수참모 김종호(金宗鎬 : 8기, 前 월남부사령관) 중령 등이었다.
서(徐) 장군은 전임사령관들이 어질러 놓은 일들을 우선 처리하고 사령관 당신의 판공비를 털어 전임자의 외상 식사비까지 정리해 주는 것을 보았다. 군수지원을 위한 업무가 많기 때문에, 미군 고문관(顧問官)들도 계급이 높아 미국 육사 출신 대령, 군수(軍需) 관계 전문가인 소령 두 장교가 상근(常勤)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령관 전속 부관인 나도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지프차 한대가 전속 배당되어 교통은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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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管區司令部 參謀一同(1961. 5.) / 中央에 參謀長 金在春 大領이 보인다. (본인은 맨뒷줄 우로부터 두번째) 參謀대부분이 革命主體로 參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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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과도정부가 물러가고 민주당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서울 세종로는 매일 「데모」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은 판문점에 가서 북한 학생들과 회담하자고 나서고, 심지어 가정부(家政婦)들의 시위까지 등장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국회 또한 신파, 구파 갈라져 Power Struggle이 꼴불견이었고, 급기야 유진산 씨를 중심으로 떨어져 나가 신민당을 조직했다. 또한 4.19 상이(傷痍) 학생들이 목발을 내던지면서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문사 기자들의 횡포가 극심했는데, 특히 지방지(地方紙) 기자들은 거의 폭력배에 가까운 저질스러운 행태를 보였다. 6관구 공보관(정훈부장)과 이긍호(李亘鎬 : 前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겸 선거관리위원) 비서실장은 매일 지방기자를 만나느라 곤욕을 치렀다. 어느 참모는 “저놈들, 싹 쓸어버릴 날이 올 거야!”라는 발언도 했는데 5.16 혁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즈음 「비둘기작전」 훈련이 시작됐다. 「데모」를 막는 훈련이다. 경찰력이 붕괴되면 계엄령이 발동되고, 군(軍)이 현장에 투입되어 공안, 치안을 유지하는 절차이다. 우선 관구(管區) 산하 3개 헌병중대와 제 11경비중대가 투입된다.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제 30, 31사단의 기관요원이 동원되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결을 위한 군력(軍力) 강화훈련이 아니라 국내 치안 유지를 위한 일에 전력투구하는 꼴이 되었다. 그만큼 민주당 정권은 허약했고, 구심점이 없어 보였다. 사령부는 「비둘기 훈련」을 위해 야전훈련 사령부를 한강 백사장(지금의 성산대교 근처)과 인근 뚝방에다 차렸다. 「Riot Control」이라는 미군의 야전교본이 Text였다.
장도영(張都暎) 장군은 참모총장으로 전격 발탁되기 전 2군사령관으로서 제 6관구(管區)에 관심이 많아 수시로 양개(30, 31사단) 예비사단부대 방문을 하곤 했다. 장면(張勉) 정권은 매일 매일의 정무(政務)에 정신이 없었던지 한 번도 위수(衛戍)사령부를 챙기지 않았다. 그러나 60년 가을경부터 윤보선(尹普善) 대통령은 6관구를 두루 시찰하시고 갔다. 전방부대 시찰을 원하는 경우 6관구에 연락이 왔는데 육군본부 쪽으로 넘기곤 했다. 6관구에 시찰을 해보니 좀 포근하다고? 평(?)했던 모양이다. 군(軍) 담당 비서관으로는 헌병 출신 소령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사령부의 참모들은 인화(人和)가 좋았고, 사령관 중심으로 잘 뭉쳐 나갔다. 참모장 김재춘(金在春) 대령은 그 특이한 친화력과 김포의 재력가 출신의 「프리미엄」으로 참모들을 잘 이끌어갔다. 金 대령은 육군대학 교육으로 약 3개월간 자리를 비웠으며, 후임으로 박희동(朴熙東 : 3기) 대령이 부임했다. 박 대령은 사령관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고 현 참모들과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 김 대령 못지않게 서로 협조가 잘되어 갔다. 그런 면에서 서(徐) 장군은 인덕(人德)이 있는 분이라고 항상 느끼고 있었다.
박 대령이 전방(前方) 연대장으로 전출을 갈 무렵 김재춘 대령이 육군대학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김 대령 자신이 6관구 참모장으로 다시 Come back 하기를 원했다. 군(軍) 인사의 예로 봐서 장기교육 후 같은 보직(補職)으로 돌아오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따라서 서(徐) 장군도 의외의 인사 청탁에 다소 고민이 되시는지, 어느 날 퇴근길 차 안에서 불쑥 “김재춘 대령 말이야, 다시 돌아오겠다는 거야.” 하신다. 처음 들었을 때 의아해서 “예, 예” 했는데 다음 말씀으로 나의 의문이 더욱 커졌다. “박정희(朴正熙) 장군이 두 번이나 전화했어” 하신다.
그 자리가 「쿠테타」를 위한 핵심 자리라는 것은 그때 상상도 못했다. 나로서는 오히려 박 장군 같은 청빈하고 정확한 분이 수도권 부대의 꽃이라는 6관구 참모장 자리에 자기 측근을 민다는 사실이 박 장군답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사에는 어긋나지만 나와의 개인적 친숙도로 봐서는 김재춘 대령을 환영할 일이었고, 나도 확실히 자신있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네! 네!” 좀 톤을 바꾸어 가며 반응했다.
서(徐) 장군도 특별히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당시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며칠 후 발령이 났고 김재춘 대령이 다시 부임했다. 만일 이때 김 대령이 아니고 딴 사람이 참모장이 됐다면 5.15 거사(擧事)의 밤 「쿠테타」의 거점은 어떻게 됐을까?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사령부 내에 김대령 이외에 혁명의 핵심으로서 박원빈(朴圓彬) 중령 한 사람인데 헌병부 동원, 병력수송을 위한 관구 수송부 지휘 등 막중한 일을 짧은 시간 내에 핵심 한 사람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대령이 있음으로서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집행될 수 있었다고 본다. 예비사단 동원까지 이 모든 것을 관구사령관을 완전히 따돌리고 말이다.
김포에 있던 공수부대의 경우 부대장 박치옥(朴致玉) 대령은 참모총장 장도영 중장이 가장 신임하던 분이었다. 부하 대부분이 거사에 나섰는데 총장에 대한 의리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장경순(張敬淳) 장군이 가서 흔들고 그리고 드디어 박정희(朴正熙) 장군이 직접 가서 부대를 이끌어내 온 일이 있다. 만일 6관구가 그렇게 동원이 어려웠더라면 「쿠테타」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