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파라과이 등에서 온 한인들로 교인이 늘어 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에서 호주에 이민 온 한인 교인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고, 교회 내에 새 그룹이 생긴 셈이었다. 브라질에서 의류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Y 장로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시드니에 이민 와서 우리 교회에 출석했다. 그 식구들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다녔으므로 브라질 한인교포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Y 장로 본인도 한국에 있는 모 학교법인 이사장이라는 직함으로 한국에 자주 출장도 다니면서 교회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우리 교회는 끝까지 남아서 장로교회를 지키겠다는 설립 초기의 교인들, 브라질과 같은 제3국을 통해 들어온 이민자 교인들, 월남 종전 후 무작정 들어온 교인들로 그룹화가 되었다.
내 위치가 중요한 이유는 아직 교회 서기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었고, 호주장로교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일요일 설교 통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부모님까지 계시고 박사학위 과정 중에 있었으니 쉽사리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오래된 교인과 새로 온 교인들 간의 감정 대립
교인 수는 늘어나고 교회 내에 그룹이 형성되면서 담임목사 부재중에 자연히 여러 잡음이 생겼다. 교회문제로 두 차례 어려움을 겪은 나는 단단히 마음을 정했다. 만약 교회에 또 분란이 생기는 날에는, 한인 목사 청빙 문제만 해결해놓고 누가 뭐라던 호주 백인들의 교회로 옮길 생각이었다. 사실 교회 내의 잡음이란 게 먹고사는 중대한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교인 대 새로 온 교인들 간의 감정대립에 불과했다, 오래된 교인들이 교회 운영권을 쥐고 도맡아 하고 있어 새 교인들은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아무래도 먼저 이민 와서 고생한 사람들과 뒤늦게 와서 언어문제 등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Y 목사 청빙도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지만, 한인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Y 목사는 선해 보였지만, 사모님은 좀 잘난 척하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Y 목사의 일요일 예배는 매우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다. 영어에 장벽이 없으니 호주 장로교단 목사들과도 잘 어울렸다. 교인들은 대체로 만족해했다. 소속 노회에 Y 목사 혼자 참석해도 되니 나는 더 이상 노회에 갈 필요가 없어졌고, 설교 통역하던 시간을 논문 쓰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Y 목사가 담임을 맡은 지 1년 남짓 되었을까? 교회가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논문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던 어느 날, Y 목사가 사전예고도 없이 우리 학교 연구실로 나를 찾아왔다.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Y 목사가 나한테 ‘우리 한인 장로교회와 한인 연합교회에서 분리하여 새로 창립한 한인교회와 통합하자’고 하는 게 아닌가? 통합하자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통합하면서 호주 장로교단으로부터 독립하자는 말에 나는 또 가슴이 내려앉았다. 또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교회를 독립하자고 주장하는 Y 목사
호주 장로교단에서 벗어나 H 목사처럼 독립적으로 교회를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새로 설립한 한인교회에는 담임목사가 없어서 일요일마다 Y 목사한테 설교 요청을 한다는 정도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제안할 정도라면 그쪽과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듯했다.
목회자라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한국식 독립을 원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독립교회로 전환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이 H 목사의 방법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Y 목사에 대한 개인적인 배신감보다는 신앙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고, 성경 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왜 그들이 원하는 독립교회여야만 목회를 할 수 있다는 건지…. ‘목사’라는 직분에 대해 심한 회의를 느꼈다. 호주 교단 소속 목사로서 목회를 잘하면 될 일이지, 호주 교단 소속 목사로는 목회할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인간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Y 목사가 독립할 경우, 한인 장로교회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답답하고 어쩌면 막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H 목사 독립을 일종의 사건으로 다루었던 노회 소속 호주 목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한인교회를 10개, 100개 설립해도 그런 식으로 독립교회를 주장하는 일은 계속 발생할 것 같았다.
Y 목사가 내세우는 명분은 두 가지였다. 첫째, 두 개의 교회가 통합하여 한 개로 바뀌는 거니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 호주 장로교단에 소속되어 교단의 제약을 받을 필요 없이 독립하자는 건데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는 식이었다. Y 목사는 계속 그의 독립 당위성을 설명했다. 예전 교인들이 교회 운영권을 쥐고 있어서 목회활동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다른 교회와 합치고 운영진도 정비하여 교회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얼핏 듣기에 Y 목사는 이미 한인교회와 합의가 된 것 같았고, 여차하면 뛰쳐나갈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처럼 들렸다. 그리고 두 개의 교회를 통합하여 교회 운영진을 새로 구성하고 싶다는 속내에는 나를 물러나게 하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학교 캠퍼스까지 찾아와서 대담하게, 비합법적으로 계획을 전달할 정도라면 마지막 통보를 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Y 목사의 사기극
나는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들이 목회자라는 가면을 쓰고 저지르는 수법을 두 번이나 확인한 것이다. 호주 장로교단에 소속된 상태에서는 목회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대체 설득력이 없었다. 교회운영권을 놓고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Y 목사나 H 목사 논리대로라면, 호주 장로교단 목사들의 목회활동은 한낱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뜻 아닌가? 반대로 호주 목사들의 목회가 정당한 교회활동이라면 H 목사나 Y 목사가 사기극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Y 목사의 행동으로 봐서는 임시담임을 맡고 있는 호주 목사한테도 자기 논리를 전달했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현재 교회운영진들 때문에 본인의 목회활동에 방해를 받고 있으니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오갔음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Y 목사의 움직임에 대해 임시담임인 호주 목사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그분의 태도가 예전처럼 진지하게 의논하는 자세가 아니고 건성으로 듣고 넘겨버렸다. 내 추측이 거의 맞았다. Y 목사가 사전에 모든 작업을 해놓고 나한테 최후통보를 한 것이다.
한인 장로교회와 새로 창립했다는 한인교회를 통합하면 한인 장로교회는 그것으로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가까운 교인들과 협의해보았다. 그들도 통합을 반대했고, Y 목사가 한인 장로교회에서 시무하게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쏠렸다. 그들 중에는 브라질에서 이민 가서 그곳 이민 교회 일에 관여하던 Y 장로라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한인교회의 일부 교인들과 Y 장로 간에는 이미 서로 왕래가 있는 사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인 목사들의 가면 사기극을 두 번이나 지켜보면서, 기회 닿는 대로 한인들이 모이는 교회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일요일 학교 교육도 걱정하던 참이었다. 호주인 교회로 가면 부모님의 교회출석이 문제가 되었다. 글로 쓰고 행동해야 하는 그들의 설교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국인들이 모이는 교회를 언제 떠날지 시간만 계산하고 있었다.
